2007년 10월 27일
[동방] 사랑을 파는 하쿠레이 신사로 오세요 1
첸치님 생일선물 겸한 욕망덩어리의 글입니다. 내용 별로 없구요...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것만 다 써봤어요... 그랫더니 모코우 별로 안나오네요(???). 한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좀 길어질 것 같아서... 걍 띄엄띄엄이라도 조금씩 나눠 올릴 것 같아요. 아마 3, 4부작 정도 되지 않을까.
그것은 마치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쳤다.
아침부터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욱! 하아! 하앗!!”
잠을 잘못 잤는지 오른쪽 어깨가 삐긋한 감각이 기묘하게 목 언저리에 달라붙었다. 상쾌한 기상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날씨는 왠지 찌뿌둥한 것이, 축축한 공기 때문에 몸이 계속 늘어진다. 아무리 불사의 몸이라고는 해도 느끼는 감각은 어디까지나 보통 인간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러한 기분을 백년, 천년, 이후 헤아릴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 동안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끝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가.
“크흑!! 하아!!”
너무나도 불편한 마음에 오래간만에 마을로 내려가 케이네의 얼굴이라도 볼까 하던 참이었다. 선량하게 웃는 그 얼굴을 보면 분명 이 묵직한 마음도 어느 정도 개일 것이다. 날은 흐리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마을로 내려가서 케이네를 만나고 학교에서 노닥거린다면 조금이라도 비를 뿌리겠지. 아니, 뿌리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는 잔걱정이 많은 성격인 것이다. 이렇게나 칙칙한 날씨니까 틀림없이 딱딱한 말투로 ‘자고 가지 그래?’라고 말한다. 조금 눈을 내리깔고 침착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고요한 가운데 가늘게 진동하는, 그런 케이네의 목소리가 좋다.
“크윽!”
얼마나 어리석은가.
분명 그녀에게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찰나를 살아버리고 스러져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녀의 소맷부리를 붙잡고, 돌아서서 보이는 연한 미소에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그 미소에 기대어 짧은 휴식도 취하지 못하도록-
“카구야아아아아아!!!!”
어째서 저 여자는 이토록 나를 방해하는거지!
“좋은 목소리구나, 모코우.”
비에 젖은 얼굴로 카구야는 웃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는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를 드러내고 마치 육식 동물처럼 웃는다. 그것은 자신의 먹잇감을 몰고 있는 짐승의 즐거움은 아니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마주친, 동등한 적을 향한 고양감이었다. 자신의 절대적인 힘을 아무런 제약없이 꺼내어 맞부딪힐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이를 드러내고 물어뜯고 싶어하는 광기였다.
미쳤다.
저 여자는 분명 미쳐버린 것이다.
“크읏...!”
하지만 모코우는 눈치채지 못한다.
자신 역시 같은 전율에 몸을 떨고 있었다는 것을.
“비가 오면 얌전히 집구석에나 처박혀서 게임질이나 하시지?!”
“어머. 재잘재잘 떠들 힘이 돌아온 걸 보니 기뻐.”
모코우는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간신히 마을에서 멀어진 것 같다. 마을로 가던 차에 공격을 받는 바람에,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마을에 피해를 낼 뻔했던 것이다. 카구야는 인간을 향한 배려라는 것을 모르니까.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우앗?!”
“어딜 보고 있어?”
콰앙!!
뇌까지 울리는 충격에 세계가 금세 새까맣게 물들었다. 모코우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바닥을 몇 번이나 꼴사납게 나뒹굴었다. 입 안에 가득 까끌까끌한 흙덩어리가 밀려들어왔다. 바닥에 얼굴을 박고 나서야 전신에 덮치듯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젠장, 차라리 죽어버렸더라면 덜 아팠으려나.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재생은 특별히 아프지는 않다. 단지 천천히 혼에서 육신이 만들어져가면서, 찰나의 시간을 마치 영겁과도 같이 느끼며 몸부림칠 뿐이다. 수백, 수천 번을 되풀이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에 오히려 모코우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자신은 진정한 괴물이 되어버릴테니까.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네, 당신.”
오싹.
어느새 자신의 눈 앞까지 다가온 카구야의 얼굴에 모코우는 눈을 크게 흡떴다. 피내음이 섞인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당장이라고 그 어깨를 밀어내고 싶은데도, 왠지 모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몸의 기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인가, 아니면 그녀의 광기어린 웃음에 중독되어 버린 탓인가 모코우의 흐릿해진 머리로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저 자꾸 감기는 눈을 부릅뜨면서 달의 공주를 노려 볼 뿐이었다.
“으응? 모코우. 화를 내고 있는 거니?”
화를 내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모코우는 피가 섞인 흙덩어리를 뱉어내면서 비척비척 카구야를 밀어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하다. 수십 번을 죽고 기절해도 악착같이 달려들어야 하는 저 숙적이 오늘따라 멀게만 느껴졌다. 모든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빨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저 여자도, 그리고 나도.
“흐응. 흥이 안나네. 그렇게 그 여자가 좋은 거야?”
“...하아?”
“곤란한데. 좀 더 나에게 매달려주지 않으면 안돼, 모코우. 안 그러면 너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이런저런 수고를 하게 되잖니.”
카구야의 시선이 흘끗 모코우의 어깨 너머로 향한다. 그 시선을 따라 모코우의 눈도 돌아갔다. 아니, 보지 않아도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카구야를 만나기 전에 향하고 있던 바로 그 곳이다.
“이 자식이...!”
“아니야, 그게 아니지.”
뻗어오는 주먹을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하면서 카구야를 설래설래 고개를 저었다. 피와 흙 투성이가 되어 추적추적 내리는 비까지 맞았는데도, 그 흑단의 머리카락만은 반짝거리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이 더더욱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시 안 되네. 아, 혹시 그날?”
“큭! 죽어버려...!”
“흥. 됐어. 오늘은 비도 오니까 그만 두겠어. 다음에는 좀 더 날 즐겁게 해 주렴.”
자, 그럼.
카구야는 다시 뻗어온 모코우의 힘없는 주먹을 그대로 받아 넘기면서 그녀의 복부에 깔끔한 니킥을 밀어넣었다.
“크헉!”
공중으로 살짝 뜨는 모코우의 몸에 그대로 위로 뜨는 틈을 타서, 카구야의 가늘고 긴 손가락을 훤히 드러난 모코우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기운이 몰리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막아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모코우는 직감할 수 있었다.
“신보. 샐러맨드 실드.”
구슬이 구르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눈 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한 상태 그대로, 모코우의 몸은 탄막과 함께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도 몸에 닿아 자신의 피와 살을 터트리는 피탄의 고통만은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씹어 삼키면서 모코우는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당해버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달려들어서 물어뜯어주마. 네 녀석이 ‘승리감’이라는 것에 도취되어 미소짓는 모습 따위 이 두 눈으로 볼까보냐...!
“큭!”
하지만 공중에서 간신히 기세를 가다듬는 동안에 다시 바싹 따라붙은 카구야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는 순간적으로 모든 살의를 흐트러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실책.
“그럼, 곧 다시 놀러갈께.”
“카구야아!!!!!!!!!!!!!!!!!!!!!!!!”
회오리치는 탄막 속에서 모코우는 이를 악물면서 멀어지는 정신을 놓쳐버린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되뇌었는지 이미 잊어버린 그 이름을 터트리면서, 모코우의 몸은 거대한 탄막에 휩쓸려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공주. 비가 제법 많이 옵니다.”
모코우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에이린은 어디에선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그녀의 등장에 카구야는 조금도 놀라지 않으면서, 그녀가 씌워주는 우산 안에서 코를 울리며 웃었다.
“시시해. 오늘 모코우는 어딘가 이상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겠지.”
“아아. 피곤해. 얼른 가서 씻을래.”
에이린도 같이 해? 카구야는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에이린은 가볍게 입술을 끌어당기면서 웃는다.
“카구야가 원한다면.”
“좋아.”
금세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음을 빨리하는 그녀를 쫓아 좀 더 속도를 높이면서, 에이린은 흘끗 뒤로 시선을 던졌다. 모코우가 카구야의 스펠에 휩쓸려 튕겨져 나간 방향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확실히 저 쪽은...”
“응?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어서 돌아가죠.”
“유카리.”
불이 켜지지 않아 침침한 방 안에서, 레이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두터운 이불 안에서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유카리가 입술을 달싹이면서 대답했다.
“으응? 왜?”
레이무는 맨 가슴에 스치듯 닿는 입술과 숨결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자신의 턱 아래에서 하늘하늘 춤추고 있는 금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 추워.”
“그렇네. 밖에는 비가 오는 모양이고.”
“그리고 당신의 체온은 낮아.”
“요괴라서 그런가?”
“그러니 당장 나가줬으면 해. 내 이불 밖으로.”
너무해! 유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기세로 레이무의 턱을 강하게 가격한다. 크읏! 레이무는 혀를 깨물뻔한 참사를 가까스로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서늘하게 식어버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증스럽다, 저런 눈빛. 설마 동정심을 유발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레이무는 손을 들어 유카리의 이마에 대고 쭈우우우우우욱- 밀어낸다.
“떨어져! 추워! 왜 이불 속에서까지 내가 추위에 떨어야 하니?!”
“어머, 이상하네. 나는 따듯한 걸. 레이무는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해애애-.”
“당신 혼자만 따뜻한 거잖아! 불공평도 이런 불공평이 어딨어?! 당장 나가. 이왕이면 대결계 밖으로 영원히 사라져 줬으면 해.”
“.........”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던 레이무는 어느 순간부터 입을 꾹 닫아버린 유카리를 보고 의아한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 여자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경계심을 바싹 일으켜 세우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그러나 방안이 어두운 탓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읏...”
대결계 밖으로...라는 말은 조금 심했나? 아니, 하지만 유카리라면 분명 대결계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들텐데. 아니, 하지만 역시 안되는 것이 아닐까. 이 아득할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온 틈새 요괴는 그 누구보다도 환상향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사가 앨리스에게 책을 반납하는 정도의 횟수로, 이 요괴는 종종 센티멘탈리즘에 젖어버린다. 귀찮고 성가셔. 레이무는 작게 혀를 차면서 끌어올린 어깨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저기.”
“알았어.”
“엑?! 뭐가?”
“요는 혼자인게 불공평하다는 거잖아?”
...네?
무슨 헛잡소리야. 레이무가 달리는 도중에 다리를 걸려 공중으로 높게 날아오른 달리기 선수 같은 기분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분명 뇌에 살얼음이 낀 거야. 이렇게나 추우니까... 어? 불공평? 그런 소리를 했던가...아!!
“이 언니가 좋은 걸 알고 있단다. 함께 따뜻해지는 방법을.”
“아니, 사양할게.”
파악이 끝났을 때에는 이미 꼼짝도 할 수 없이 유카리에게 묶인 후였다.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레이무의 몸 위로 올라탄 유카리는 달콤한 향이 나는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뭘 바랬던가, 이런 환상향 최강의 변태에게. 레이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린아이를 어르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카리. 밥이나 먹자. 그러고 보니 아침도 못 먹었어.”
“잘먹겠습니다.”
“누가 이불 속에서 사람을 먹으래?!”
“...부엌에서 하자는 의미야?”
무리였다. 이 여자 앞에서 나긋따위.
“아, 짜증나. 그러니까---!!!”
콰아아아아아앙!!!
레이무의 폭발에 효과음이라도 넣으려는 듯, 요란한 굉음이 신사를 뒤흔들었다. 보기 드물게 유카리와 레이무는 동시에 호흡을 맞추어 장짓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야?”
“글쎄...”
둘다 의아해하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이불 밖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유카리. 좀 나가서 보고와.”
“싫어, 추운걸횸.”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이 할망구가!”
“레이무가 나가라고. 여긴 레이무의 신사잖아?”
“그 신사에 멋대로 뿌리내리고 사는 요괴 하나를 알고 있는데 말이지.”
“아아, 정말 귀찮네... 어쩔 수 없지.”
유카리는 투덜거리면서 손을 휘둘렀다. 후왓-하고 자신이 깔고 있는 바닥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식이! 레이무는 이를 악물면서 슬쩍 자신의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피하는 요괴 한 마리를 바라보았다.
“야 이 치사한...! 옷도 다 안 입은 처녀를?!”
“잘 다녀와. 그리고 처녀는 아니지.”
유카리는 자신이 팔을 감아 잡고 있던 레이무의 허리에서 손을 풀었다. 가볍게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멈추었다가 바닥에 뚫린 틈새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혼자 죽겠냐!?”
“어어어어어어??????!!!!”
레이무가 힘껏 휘두른 팔에 유카리의 손목이 걸려들었다. 콰드득. 뼈가 부러지지 않았나 의심될 정도의 악력으로 유카리의 손목을 움켜쥔 레이무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컴 온!”
“꺄앗?!”
유카리의 보기 드물게 당황한 모습에 찰나의 승리감을 맛본 후, 함께 이불 아래에 뚫린 틈새로 연결된 또 다른 틈새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투웅-하고, 레이무의 전신에 묵직한 충격이 울려퍼졌다. 머리 속을 울리는 굉음에 잠시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무언가 부드러운 것을 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퍼뜩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어디지?!”
“온 몸을 바쳐 레이무를 구한 내 걱정은?”
“어차피 살았겠지! 추워라... 얼른 확인하고 들어가자.”
“레이무가 차가워...”
유카리는 자신을 전신으로 깔아뭉개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얇은 홑옷 차림의 야속한 무녀를 올려다보면서 지릿지릿 저려오는 전신의 통증을 만끽했다. 신사의 돌바닥에 그대로 수직낙하. 어라, 그러고보면 의외로 충격이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등 언저리에 무언가 말캉말캉하고 뜨뜻한 것이...
“우와아아앗?!”
“흐잇?! 갑자기 움직이지 마!”
유카리가 펄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균형을 잃은 레이무는 옆으로 몇 바퀴 굴러서 떨어졌다. 소녀 한 명 분량의 중력에서 벗어난 유카리도 역시 빠르게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아래에 깔린 ‘무언가’를 확인했다.
“...어머? 이 하얗고 빨간 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은색의 실이 머리카락이라는 것은 손으로 훑어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깨지고 파헤쳐져서 엉망이 된 신사의 바닥을 흠뻑 적시고 있는 붉은 색의 피에 유카리는 불쾌한 듯이 코끝을 찡그렸다. 자신의 손에, 옷에 점점이 묻어가는 붉은 액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레이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 아이... 레이무?”
“...”
레이무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살인마.”
“...난 마계인이 아니라고... 뒷 부분은 수정해 줘. 살인요라던가.”
“명칭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요는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거야.”
“어머나.”
유카리의 눈이 살풋 가늘어졌다. 입가를 끌어당기면서 완만한 곡선을 만들어 내면서 웃는다. 정말로 즐거운 듯이,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확실히 그건 맞지만.”
“...”
고개를 끄덕였다.
유카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긍정에 레이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마 부근에 살짝 핏줄이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카리는 신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녀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엎드려 있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돌렸다.
“이 아이만큼은 아직 아니야.”
“...봉래인인가.”
레이무는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 정도로 참혹하게 찢기우고 불탄 소녀의 몸을, 순간적인 혐오감을 거친 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반응이 너무나도 그녀다워서 유카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겠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는 무녀님.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 정도로 다친 인간을 보고 일말의 동정도 하지 않는 냉혈한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이 아이는 죽을 수 없는 사람이잖니?”
아니, 애초에 그녀는 ‘사람’인가.
유카리의 무언의 질문에- 레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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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모코우랑 카구야 쌈박질 하는 부분 쓸 때 '어라...카구야 스펠 이름 뭐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하나도 모르는구나. 별로 신경을 안 썼더니... 영원정스도 좋아하긴 하는데(랄까 안좋아하는 애들 없어...) 막상 스스로 써본적이 없으니 제법 생소하네요... 나름 신선한 기분으로 썼습니다.... 물론 신나서 날려쓴 건 육렝등장부터...... 모코우 다음 편에도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마치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쳤다.
- 사랑을 파는 하쿠레이 신사로 오세요-
http://kizato.egloos.com
by. 상흔
by. 상흔
아침부터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욱! 하아! 하앗!!”
잠을 잘못 잤는지 오른쪽 어깨가 삐긋한 감각이 기묘하게 목 언저리에 달라붙었다. 상쾌한 기상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날씨는 왠지 찌뿌둥한 것이, 축축한 공기 때문에 몸이 계속 늘어진다. 아무리 불사의 몸이라고는 해도 느끼는 감각은 어디까지나 보통 인간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러한 기분을 백년, 천년, 이후 헤아릴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 동안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끝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가.
“크흑!! 하아!!”
너무나도 불편한 마음에 오래간만에 마을로 내려가 케이네의 얼굴이라도 볼까 하던 참이었다. 선량하게 웃는 그 얼굴을 보면 분명 이 묵직한 마음도 어느 정도 개일 것이다. 날은 흐리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마을로 내려가서 케이네를 만나고 학교에서 노닥거린다면 조금이라도 비를 뿌리겠지. 아니, 뿌리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는 잔걱정이 많은 성격인 것이다. 이렇게나 칙칙한 날씨니까 틀림없이 딱딱한 말투로 ‘자고 가지 그래?’라고 말한다. 조금 눈을 내리깔고 침착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고요한 가운데 가늘게 진동하는, 그런 케이네의 목소리가 좋다.
“크윽!”
얼마나 어리석은가.
분명 그녀에게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찰나를 살아버리고 스러져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녀의 소맷부리를 붙잡고, 돌아서서 보이는 연한 미소에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그 미소에 기대어 짧은 휴식도 취하지 못하도록-
“카구야아아아아아!!!!”
어째서 저 여자는 이토록 나를 방해하는거지!
“좋은 목소리구나, 모코우.”
비에 젖은 얼굴로 카구야는 웃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는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를 드러내고 마치 육식 동물처럼 웃는다. 그것은 자신의 먹잇감을 몰고 있는 짐승의 즐거움은 아니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마주친, 동등한 적을 향한 고양감이었다. 자신의 절대적인 힘을 아무런 제약없이 꺼내어 맞부딪힐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이를 드러내고 물어뜯고 싶어하는 광기였다.
미쳤다.
저 여자는 분명 미쳐버린 것이다.
“크읏...!”
하지만 모코우는 눈치채지 못한다.
자신 역시 같은 전율에 몸을 떨고 있었다는 것을.
“비가 오면 얌전히 집구석에나 처박혀서 게임질이나 하시지?!”
“어머. 재잘재잘 떠들 힘이 돌아온 걸 보니 기뻐.”
모코우는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간신히 마을에서 멀어진 것 같다. 마을로 가던 차에 공격을 받는 바람에,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마을에 피해를 낼 뻔했던 것이다. 카구야는 인간을 향한 배려라는 것을 모르니까.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우앗?!”
“어딜 보고 있어?”
콰앙!!
뇌까지 울리는 충격에 세계가 금세 새까맣게 물들었다. 모코우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바닥을 몇 번이나 꼴사납게 나뒹굴었다. 입 안에 가득 까끌까끌한 흙덩어리가 밀려들어왔다. 바닥에 얼굴을 박고 나서야 전신에 덮치듯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젠장, 차라리 죽어버렸더라면 덜 아팠으려나.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재생은 특별히 아프지는 않다. 단지 천천히 혼에서 육신이 만들어져가면서, 찰나의 시간을 마치 영겁과도 같이 느끼며 몸부림칠 뿐이다. 수백, 수천 번을 되풀이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에 오히려 모코우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자신은 진정한 괴물이 되어버릴테니까.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네, 당신.”
오싹.
어느새 자신의 눈 앞까지 다가온 카구야의 얼굴에 모코우는 눈을 크게 흡떴다. 피내음이 섞인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당장이라고 그 어깨를 밀어내고 싶은데도, 왠지 모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몸의 기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인가, 아니면 그녀의 광기어린 웃음에 중독되어 버린 탓인가 모코우의 흐릿해진 머리로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저 자꾸 감기는 눈을 부릅뜨면서 달의 공주를 노려 볼 뿐이었다.
“으응? 모코우. 화를 내고 있는 거니?”
화를 내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모코우는 피가 섞인 흙덩어리를 뱉어내면서 비척비척 카구야를 밀어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하다. 수십 번을 죽고 기절해도 악착같이 달려들어야 하는 저 숙적이 오늘따라 멀게만 느껴졌다. 모든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빨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저 여자도, 그리고 나도.
“흐응. 흥이 안나네. 그렇게 그 여자가 좋은 거야?”
“...하아?”
“곤란한데. 좀 더 나에게 매달려주지 않으면 안돼, 모코우. 안 그러면 너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이런저런 수고를 하게 되잖니.”
카구야의 시선이 흘끗 모코우의 어깨 너머로 향한다. 그 시선을 따라 모코우의 눈도 돌아갔다. 아니, 보지 않아도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카구야를 만나기 전에 향하고 있던 바로 그 곳이다.
“이 자식이...!”
“아니야, 그게 아니지.”
뻗어오는 주먹을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하면서 카구야를 설래설래 고개를 저었다. 피와 흙 투성이가 되어 추적추적 내리는 비까지 맞았는데도, 그 흑단의 머리카락만은 반짝거리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이 더더욱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시 안 되네. 아, 혹시 그날?”
“큭! 죽어버려...!”
“흥. 됐어. 오늘은 비도 오니까 그만 두겠어. 다음에는 좀 더 날 즐겁게 해 주렴.”
자, 그럼.
카구야는 다시 뻗어온 모코우의 힘없는 주먹을 그대로 받아 넘기면서 그녀의 복부에 깔끔한 니킥을 밀어넣었다.
“크헉!”
공중으로 살짝 뜨는 모코우의 몸에 그대로 위로 뜨는 틈을 타서, 카구야의 가늘고 긴 손가락을 훤히 드러난 모코우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기운이 몰리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막아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모코우는 직감할 수 있었다.
“신보. 샐러맨드 실드.”
구슬이 구르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눈 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한 상태 그대로, 모코우의 몸은 탄막과 함께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도 몸에 닿아 자신의 피와 살을 터트리는 피탄의 고통만은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씹어 삼키면서 모코우는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당해버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달려들어서 물어뜯어주마. 네 녀석이 ‘승리감’이라는 것에 도취되어 미소짓는 모습 따위 이 두 눈으로 볼까보냐...!
“큭!”
하지만 공중에서 간신히 기세를 가다듬는 동안에 다시 바싹 따라붙은 카구야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는 순간적으로 모든 살의를 흐트러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실책.
“그럼, 곧 다시 놀러갈께.”
“카구야아!!!!!!!!!!!!!!!!!!!!!!!!”
회오리치는 탄막 속에서 모코우는 이를 악물면서 멀어지는 정신을 놓쳐버린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되뇌었는지 이미 잊어버린 그 이름을 터트리면서, 모코우의 몸은 거대한 탄막에 휩쓸려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공주. 비가 제법 많이 옵니다.”
모코우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에이린은 어디에선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그녀의 등장에 카구야는 조금도 놀라지 않으면서, 그녀가 씌워주는 우산 안에서 코를 울리며 웃었다.
“시시해. 오늘 모코우는 어딘가 이상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겠지.”
“아아. 피곤해. 얼른 가서 씻을래.”
에이린도 같이 해? 카구야는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에이린은 가볍게 입술을 끌어당기면서 웃는다.
“카구야가 원한다면.”
“좋아.”
금세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음을 빨리하는 그녀를 쫓아 좀 더 속도를 높이면서, 에이린은 흘끗 뒤로 시선을 던졌다. 모코우가 카구야의 스펠에 휩쓸려 튕겨져 나간 방향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확실히 저 쪽은...”
“응?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어서 돌아가죠.”
“유카리.”
불이 켜지지 않아 침침한 방 안에서, 레이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두터운 이불 안에서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유카리가 입술을 달싹이면서 대답했다.
“으응? 왜?”
레이무는 맨 가슴에 스치듯 닿는 입술과 숨결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자신의 턱 아래에서 하늘하늘 춤추고 있는 금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 추워.”
“그렇네. 밖에는 비가 오는 모양이고.”
“그리고 당신의 체온은 낮아.”
“요괴라서 그런가?”
“그러니 당장 나가줬으면 해. 내 이불 밖으로.”
너무해! 유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기세로 레이무의 턱을 강하게 가격한다. 크읏! 레이무는 혀를 깨물뻔한 참사를 가까스로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서늘하게 식어버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증스럽다, 저런 눈빛. 설마 동정심을 유발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레이무는 손을 들어 유카리의 이마에 대고 쭈우우우우우욱- 밀어낸다.
“떨어져! 추워! 왜 이불 속에서까지 내가 추위에 떨어야 하니?!”
“어머, 이상하네. 나는 따듯한 걸. 레이무는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해애애-.”
“당신 혼자만 따뜻한 거잖아! 불공평도 이런 불공평이 어딨어?! 당장 나가. 이왕이면 대결계 밖으로 영원히 사라져 줬으면 해.”
“.........”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던 레이무는 어느 순간부터 입을 꾹 닫아버린 유카리를 보고 의아한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 여자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경계심을 바싹 일으켜 세우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그러나 방안이 어두운 탓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읏...”
대결계 밖으로...라는 말은 조금 심했나? 아니, 하지만 유카리라면 분명 대결계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들텐데. 아니, 하지만 역시 안되는 것이 아닐까. 이 아득할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온 틈새 요괴는 그 누구보다도 환상향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사가 앨리스에게 책을 반납하는 정도의 횟수로, 이 요괴는 종종 센티멘탈리즘에 젖어버린다. 귀찮고 성가셔. 레이무는 작게 혀를 차면서 끌어올린 어깨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저기.”
“알았어.”
“엑?! 뭐가?”
“요는 혼자인게 불공평하다는 거잖아?”
...네?
무슨 헛잡소리야. 레이무가 달리는 도중에 다리를 걸려 공중으로 높게 날아오른 달리기 선수 같은 기분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분명 뇌에 살얼음이 낀 거야. 이렇게나 추우니까... 어? 불공평? 그런 소리를 했던가...아!!
“이 언니가 좋은 걸 알고 있단다. 함께 따뜻해지는 방법을.”
“아니, 사양할게.”
파악이 끝났을 때에는 이미 꼼짝도 할 수 없이 유카리에게 묶인 후였다.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레이무의 몸 위로 올라탄 유카리는 달콤한 향이 나는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뭘 바랬던가, 이런 환상향 최강의 변태에게. 레이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린아이를 어르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카리. 밥이나 먹자. 그러고 보니 아침도 못 먹었어.”
“잘먹겠습니다.”
“누가 이불 속에서 사람을 먹으래?!”
“...부엌에서 하자는 의미야?”
무리였다. 이 여자 앞에서 나긋따위.
“아, 짜증나. 그러니까---!!!”
콰아아아아아앙!!!
레이무의 폭발에 효과음이라도 넣으려는 듯, 요란한 굉음이 신사를 뒤흔들었다. 보기 드물게 유카리와 레이무는 동시에 호흡을 맞추어 장짓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야?”
“글쎄...”
둘다 의아해하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이불 밖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유카리. 좀 나가서 보고와.”
“싫어, 추운걸횸.”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이 할망구가!”
“레이무가 나가라고. 여긴 레이무의 신사잖아?”
“그 신사에 멋대로 뿌리내리고 사는 요괴 하나를 알고 있는데 말이지.”
“아아, 정말 귀찮네... 어쩔 수 없지.”
유카리는 투덜거리면서 손을 휘둘렀다. 후왓-하고 자신이 깔고 있는 바닥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식이! 레이무는 이를 악물면서 슬쩍 자신의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피하는 요괴 한 마리를 바라보았다.
“야 이 치사한...! 옷도 다 안 입은 처녀를?!”
“잘 다녀와. 그리고 처녀는 아니지.”
유카리는 자신이 팔을 감아 잡고 있던 레이무의 허리에서 손을 풀었다. 가볍게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멈추었다가 바닥에 뚫린 틈새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혼자 죽겠냐!?”
“어어어어어어??????!!!!”
레이무가 힘껏 휘두른 팔에 유카리의 손목이 걸려들었다. 콰드득. 뼈가 부러지지 않았나 의심될 정도의 악력으로 유카리의 손목을 움켜쥔 레이무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컴 온!”
“꺄앗?!”
유카리의 보기 드물게 당황한 모습에 찰나의 승리감을 맛본 후, 함께 이불 아래에 뚫린 틈새로 연결된 또 다른 틈새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투웅-하고, 레이무의 전신에 묵직한 충격이 울려퍼졌다. 머리 속을 울리는 굉음에 잠시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무언가 부드러운 것을 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퍼뜩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어디지?!”
“온 몸을 바쳐 레이무를 구한 내 걱정은?”
“어차피 살았겠지! 추워라... 얼른 확인하고 들어가자.”
“레이무가 차가워...”
유카리는 자신을 전신으로 깔아뭉개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얇은 홑옷 차림의 야속한 무녀를 올려다보면서 지릿지릿 저려오는 전신의 통증을 만끽했다. 신사의 돌바닥에 그대로 수직낙하. 어라, 그러고보면 의외로 충격이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등 언저리에 무언가 말캉말캉하고 뜨뜻한 것이...
“우와아아앗?!”
“흐잇?! 갑자기 움직이지 마!”
유카리가 펄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균형을 잃은 레이무는 옆으로 몇 바퀴 굴러서 떨어졌다. 소녀 한 명 분량의 중력에서 벗어난 유카리도 역시 빠르게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아래에 깔린 ‘무언가’를 확인했다.
“...어머? 이 하얗고 빨간 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은색의 실이 머리카락이라는 것은 손으로 훑어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깨지고 파헤쳐져서 엉망이 된 신사의 바닥을 흠뻑 적시고 있는 붉은 색의 피에 유카리는 불쾌한 듯이 코끝을 찡그렸다. 자신의 손에, 옷에 점점이 묻어가는 붉은 액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레이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 아이... 레이무?”
“...”
레이무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살인마.”
“...난 마계인이 아니라고... 뒷 부분은 수정해 줘. 살인요라던가.”
“명칭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요는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거야.”
“어머나.”
유카리의 눈이 살풋 가늘어졌다. 입가를 끌어당기면서 완만한 곡선을 만들어 내면서 웃는다. 정말로 즐거운 듯이,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확실히 그건 맞지만.”
“...”
고개를 끄덕였다.
유카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긍정에 레이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마 부근에 살짝 핏줄이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카리는 신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녀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엎드려 있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돌렸다.
“이 아이만큼은 아직 아니야.”
“...봉래인인가.”
레이무는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 정도로 참혹하게 찢기우고 불탄 소녀의 몸을, 순간적인 혐오감을 거친 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반응이 너무나도 그녀다워서 유카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겠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는 무녀님.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 정도로 다친 인간을 보고 일말의 동정도 하지 않는 냉혈한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이 아이는 죽을 수 없는 사람이잖니?”
아니, 애초에 그녀는 ‘사람’인가.
유카리의 무언의 질문에- 레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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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모코우랑 카구야 쌈박질 하는 부분 쓸 때 '어라...카구야 스펠 이름 뭐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하나도 모르는구나. 별로 신경을 안 썼더니... 영원정스도 좋아하긴 하는데(랄까 안좋아하는 애들 없어...) 막상 스스로 써본적이 없으니 제법 생소하네요... 나름 신선한 기분으로 썼습니다.... 물론 신나서 날려쓴 건 육렝등장부터...... 모코우 다음 편에도 나올 수 있을 것인가...!
# by | 2007/10/27 23:49 | └ fan fiction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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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염장지르는건가요 엄마님들....보는 딸의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ㅇㅇ..
다음으로 어휴 역시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아씨 움찔했어요.....책임져주세요..............
치즐님 다음화에서 육렝비율 30%넘으면 싸움 걸거에효(.....)
저 모코우팬이거든효....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육렝 넣지 마세요....
이루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육렝 안 넣으면 글 안써져요 전...... 따님도 함께 컴온!
文乞/ 어휴 프레님이 아큐 넣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어휴... <- ????
콘소메펀치/ ...ㅉㅉㅉ 안되겠어 이 사람....
근데 콘치님 저 육렝, 적어도 레이무 안나오는 글은 안쓰는 주의거든요........... 모코우 계속 나오니까 걱정하지마세요....ㅇㅇ...ㅇㅇㅇㅇ 그리고 다음에는 마앨 넣을거(??)
아 완전 파라다이스 SS일것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