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이유

후렝님이 앨마 달라고 찡찡거려서 시작한 글. 이후 후렝님 삽화 추가 예정. 앨마 짱 어려워...



콰아아아아앙─!!!

신사에서 울려퍼지는 굉음에 맞추어 잔에 담긴 술의 수면이 찰랑였다. 넘칠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요동치고 있는 그 물결을 보고 흥에 겨운 듯 유카리의 고개도 흔들렸다.

"오늘도 역시 요란하구나."
"...오늘도?"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스이카가 눈썹을 찡그리면서 어미를 높였다. 유카리의 결계에 함께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그녀는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있는 아래 쪽을 흘끗 바라보고는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 기가 차다는 듯한 동작이 마음에 안든다는 듯 다시 한 번 아래 쪽에서는 커다란 파쇄음이 터져나왔다. 부수어져 날리고 있는 신사의 일부였던 것들과 흙먼지가 함께 피어올라 마리 자욱한 회색 안개가 드리운 듯 신사를 뒤덮었다.

"...오늘따라 심하지 않아, 저 둘?"
"으음? 그런가?"
"밀도가 심상치 않아."

유카리의 가벼운 대답과는 달리 스이카의 목소리는 어딘지 걱정스러운 듯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유카리가 따라주는 술은 한 잔 받아 입가에 가져가면서 못마땅한 듯 다시 눈살을 찌푸린다.

"저건 전의가 아니야."
"으음?"

그렇다면? 유카리의 소리없는 질문에 스이카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 대답한다.

"살의다."



-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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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흔




"퉷... 아 정말, 못해먹겠네."

마리사는 입 안 가득 들어있는 흙먼지를 침과 함께 바닥에 뱉어내었다. 툭툭 떨어지는 이물질에는 짙은 홍색이 섞여 있었다. 벌써 바닥까지 처박히기를 이미 수십번. 다시 태세를 정비하여 황급히 빗자루에 다리를 걸치는 마리사는 레이무는 하늘에 둥실둥실 떠서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은 침착해보였지만 홍백의 옷은 이미 오래전에 찢기우고 더러워져 있었다. 살짝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입안에 터진 상처에서 나는 피의 향이 코 끝에 걸렸다. 새하얀 밀가루를 두껍게 반죽해 얼굴에 씌운 듯이 굳은 무표정으로 다시 솟아오르는 마리사를 쳐다보았다.

"이걸로 서른 다섯 번째. 서른 여섯 번째로 말하는 것이지만, 오늘은 봐주지 않아."
"하! 장난치냐? 누가 봐달라고 애원이라도 했어? 마치 이 쪽이 약하다는 것 같잖냐. 열받는데."

씨익 입가를 끌어당겨 웃는 마리사의 어금니는 세게 악물어져 있었다. 아까 전에 바닥에 추락하면서 머리 부분을 잘못 다쳤는지 쉴새없이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슥슥 팔로 몇 번이나 문질러냈지만 금세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위험한거 아냐? 어질어질하다구.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이 새된 목소리를 지르며 경고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무시했다. 빗자루를 꽉 붙들고 흔들리는 시야를 억지로 고정시킨다.

오늘만큼은,
저런 여자에게 질까보냐.

"서른 여섯 번째로 말하는 거지만, 날 죽일 때까지 오늘 넌 못 이긴다."
"아, 그래."

소매를 흔들어 부적의 뭉치를 흩뿌리면서 레이무가 메마른 목소리로 곧바로 응답했다. 간신히 옆으로 방향을 꺾었지만 마치 끈으로 이어놓은 양 그녀의 빗자루에 줄줄이 따라붙었다. 부적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것은 분명한 살의였다. 마리사가 진심으로 말했듯이, 레이무도 진심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이 참을 수 없었다.

"이런 힘을 몰래 숨겨두고, 지금까지는 적당히 나랑 놀아줬다는 거냐? 장난도 정도껏 해!!"
"너야말로 뿌리쳐도 뿌리쳐도 자꾸 따라붙는 거 성가셔.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떨어지지 그래?"
"하항, 죽기 전까지는 못하겠다. 말했지? 죽이라고."
"걱정마시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니까."

마리사의 팔괘로에서 금빛이 번뜩였다. 레이무가 그것을 눈치채고 부적을 다시 꺼내들려고 할 때에는 이미 거대한 직선의 마포가 그녀를 향해 덮쳐들고 있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위력과 위압감. 그야말로 거대한 힘 그 자체. 그 공격은 단지 직선일 뿐이었지만, 너무나도 넓은 직선이었다. 서둘러서 짜올린 결계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산산히 깨져나갔다. 레이무의 작은 몸이 빠르게 튕겨져 나가 신사의 지붕을 부수고 깊게 파고들었다.

쿠우우우웅─!

다시 한 번 들려오는 그 굉음에 스이카는 마침내 술잔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못 마셔. 술 맛이 안나."
"어머, 그래? 난 꽤 즐거운걸."
"비위도 좋다."
"뭐가 그리도 못마땅한 걸까?"

유카리는 걸터앉아 있는 결계를 좀 더 높게 올려 신사에서 떨어진다. 처음은 신사 툇마루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술자리는 어느새 구름을 잡을 듯이 허공으로 이동해 있었다. 스이카는 지붕에서 다시 튀어나와서 마리사의 쪽으로 쏘아져 들어가는 레이무의 모습에서 억지로 시선을 떼면서 말했다.

"녀석들의 비뚤어짐의 밀도가 조금씩 축척되고 있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어."
"흠흠."
"그래도 연회같은 거라던지, 서로 웃고 떠들고 놀 때는 다 풀어진 듯 희미해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는 법이지. 깨끗히 씻어내지 않고 계속 연속해서 사용하는 밥공기 같은 거야."
"...그리고 갑자기, 내가 잠시 눈을 뗀 사이에 그 잔재들이 갑자기 밀도를 더했다. 폭발하듯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결과가 이거다."

친구인 두 인간이 진심이 되어 서로의 목을 물어뜯을 듯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든다.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스이카는 다시 흘끗거리면서 유카리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어이.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슬슬 말려도 되지 않겠어?"
"어머, 내가 왜? 나는 아무래도 좋은 걸."
"희안하군. 너는 저 인간들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글쎄."

부채로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유카리는 가늘게 실눈을 떴다. 미소가 가득 퍼져 있는 그 얼굴은 도통 무엇을 생각하는지 읽어낼 수가 없었다.

"인간의 육체는 약해. 마음은 더더욱. 유카리. 내가 부탁해도 저 둘을 말리지 않을거야?"
"...물론 나도 더 이상 이 신사가 무너지는 것은 반대야."
"그렇다면."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하아?"

유카리의 부채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스이카의 시선이 날았다. 그 곳에는 소녀 형상의 인형이 불안하게 흔들거리면서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완전히 귀찮은 일은 이 쪽으로 미뤄놓을 심산이네."

신사 쪽에 보내놓은 인형을 통해 유카리의 표정을 본 앨리스는 불안한 듯 흔들리는 목소리로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침착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발은 초조하게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인형과 자신만이 있는 집. 굳이 평정을 가장해 봐야 소용이 없는데도. 앨리스는 초조하게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인형을 통해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레이무와 마리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하네. 유독."

앨리스는 저번 연회 때부터 슬슬 불온한 공기가 답답하게 두 사람 사이를 맴돌고 있는 것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섬세한 신경을 갖고 있는, 덧붙여 소녀의 감정까지 결부된 앨리스의 감은 예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차피 단순한 아이들이니 또 치고박고 싸우다가 풀겠지. 그런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말릴 틈도 없이 이런 빅매치를 펼치다니. 역시 생각없이 사는 인간들은 달라도 뭔가 달라.

"...아니, 농담이 아냐. 마리사. 눈치 못 채고 있는 걸까?"

레이무가 이상하다.

무심한 듯 사람을 내려다보며, 선천적으로 내려받은 탁월한 강함으로 적을 제압하는 무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차가운 탄막은 어린 시절 그녀 일생 처음으로 전심전력을 다했던 전투에서 패배한 앨리스이기에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의 레이무는 이상했다.

"저래서야 마리사와 다를 것이 없잖아."

규칙도 없고 질서도 없는 싸움방식이었다. 타고난 기교와 컨트롤은 이미 몸에 녹아 있지만 그것을 다룰 이성이 없다. 한 번 탄을 방출할 때 모든 것을 실어 필사의 탄을 던진다. 위험하다고? 물론 위험하다. 그런 그녀의 맹수같은 방식은 평소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틈이 많아. 오히려 몇 십번이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마리사가 더 침착했다. 극도의 흥분상태가 오히려 차갑게 머리를 식혀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열혈로 들끓고 있는 인간이니까. 틈을 노려 거대한 마포를 쏘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더 필사적이었다. 단지 레이무의 위협적인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리사는 진심으로 레이무를 송두리채 불태워버릴 심산인 것이다.

"...마리사."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격렬하게 탄막을 전개한 후 둘 중 하나가 틈을 보이는 순간 거대한 스펠로 승부. 마리사는 몇 번이고 바닥에 내리쳐지지만 거대한 파워의 스펠을 마주쏘면서 몸을 피해내면서 즉사만은 면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레이무는 좀 더 안정적으로 피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마리사의 마포를 피하는 그녀의 몸놀림은 오직 본능일 뿐이다.

"탄막은 브레인."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의 방식은 위험하다.

보통의 인요를 상대로 하고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마리사는 다르다. 그녀는 포기를 모른다. 오로지 노력만으로 레이무를 따라잡으려고 하는 바보 중의 바보. 그렇기에 언젠가는 그 레이무의 싸움 방식의 틈을 노려 공격을 성공시키고,

레이무를 죽일 것이다.
그 전에 마리사가 죽지 않는다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야."

마리사가 죽는다는 최악의 방향이야 젖혀놓더라도, 레이무의 패배가 결정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신을 차린 마리사는 결국 후회한다. 후회하고 후회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후회한다. 레이무 하나에 목을 메는 마리사다. 그런 마리사를 늘 쳐다보고 있는 앨리스이기에 알 수 있다.

"...읏!?"

스윽.

레이무의 시선이 인형과 마주쳤다. 인형의 눈으로 보고 있던 앨리스의 눈에 레이무의 빨갛게 흐려진 눈동자가 비추었다. 선명한 핏빛이었지만 동공이 흐릿하고 초점이 없다. 제대로 맛이 가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눈에 따끔한 충격이 튀었다.

"꺅?!"

인형이 폭발했다. 눈물이 살짝 배어나오는 눈의 통증을 참으면서 앨리스가 이를 악물었다. 벌떡 일어선 그녀가 벽에 걸린 자신의 망토를 어깨에 둘렀다. 평소와는 달리 거칠고 큰 동작이 불안한 듯 상해가 주변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다시 인형을 보내기에는 늦어. 지치기는 커녕 더더욱 거세게 가속해간다. 생명이라는 연료를 그렇게까지 아낌없이 태워버리는 까닭이 무엇인지 앨리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그들을 관찰해 왔지만 이것만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마리사가 거만을 떨면서 자랑스럽게 몇 번이고 조잡한 언어능력으로 설명해 주었지만 알 수 없다. 그 의미를 습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에 결코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요괴와 인간의 차이.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틈새는 알고보면 너무나도 깊어서, 그 때마다 항상 '아아, 저 둘의 관계에는 결코 끼어들 수가 없겠구나'라고 깨닫고야 만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사와 함께 있는 레이무는 보고싶지 않다. 그녀를 보면 가장 먼저 고개를 드는 것은 앨리스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이다. 순간적으로 타올랐다가 사라지는 불꽃을, 앨리스는 이성이라는 누름돌로 밖으로 튀지 않도록 억눌러 두는 것 뿐이다. 참을 수 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마리사를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레이무. 부탁할께."

나를 또 다시 진심으로 만들지 말아줘.











일흔 아홉 번째.

"쿠...흑!!"

팔에 감각이 없다. 탈골이 된 어깨를 순간적으로 끼워맞춘 것도 몇 번인지 세는 것을 잊어버렸다. 팔괘로를 잡고 있던 손마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천으로 묶어서 손에 고정시켜 두고 있었다. 빗자루에 지탱하여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다려주는 기색도 없이 레이무의 부적이 곧바로 날아들었다. 파파파팟!!! 날카롭게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흩날리는 부적에 얇게 베인 상처가 순식간에 마리사의 얼굴을 뒤덮었다.

"...치사한 자식!!!"

하늘에 둥실거리며 떠 있는 무녀를 올려다보면서 마리사가 말을 내뱉었다. 레이무의 모습 역시 마리사와 다를 것이 없이 처참했다. 새빨갛게 물들인 물로 세수를 한 듯한 얼굴이 악귀처럼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떠 있는 위치가 상당히 낮았다. 레이무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하늘을 나는 능력'이 둔화되어 있었다. 마리사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였지만 그녀 역시 수차례 신사 쪽에 정면으로 몸을 박아버렸던 것이다. 이미 신사는 초토화 상태였다. 마리사와 레이무가 각자 쓰러졌던 횟수만 합해도 이미 백 회가 넘는다. 보통의 탄막놀이라면 둘 중 한 명이 쓰러지는 순간 승부가 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이 싸움은 승부가 갈리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탄막 승부가 아닌, 살인을 위한 공격이기 때문에.

"...흐음."

과연 유카리도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틈새로 쏙 들어가더니 불쑥불쑥 튀어나오면서 주변 여기저기에 결계를 보수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관심이 있는 것은 결계 쪽인가. 스이카는 난처한 듯이 혀를 찼다. 저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 태도다. 환상향을 지키는 결계를 우선시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당연한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명의 밀도가 점점 희미해진다."

이 소란도 점점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것이란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싸움도 끝을 맺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그런 것, 절대로 싫은데.

누군가가 다른 결말을 이끌어 내 줄 수만 있다면─

"크앗!!!!!!"

영창이 없었다.

하지만 팔괘로에서는 마리사의 스펠 마스터 스파크가 발동했다. 마법사가 영창도 없이 발동을? 그것은 얼마나 강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인가. 하지만 그 사건의 심각함을 깨닫기도 전에 레이무의 정면에 거대한 빛줄기가 덮쳐들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하늘을 가득 뒤덮을 듯한 부적 뭉치들이 퍼져서 팔랑팔랑 흩날리면서 떨어졌다.

"레...이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마리사가 그 하늘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영창도 하지 않고 스펠을 발동시킨 것보다 더욱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새카맣게 타버린 레이무는 홍백이 아닌, 자신과 똑같은 모노톤이 되어서 잠시 공중에 멈추어 있다가 후들후들거리면서 땅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레이무!!"

마리사는 그제서야 깨어났다. 팔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다리가 부러져 있어도 개의치 않고 그녀가 떨어지는 쪽을 향해 꼴사납게 구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레이무와 싸우기 시작했더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지쳐있는 심신은 쉽사리 그 이유를 마리사의 안에서 꺼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레이무가 죽는다면,

나는 누구를 쫓아가면 좋단 말인가.

"세이─프!"

떨어지는 레이무의 몸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우드득, 하고 등뼈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황급히 몸을 뒤틀어 일어나면서 레이무를 추스르려고 했지만, 마리사 자신의 몸도 이미 한계였기 때문에 여간 쉽지가 않다. 새카맣게 타버린 얼굴과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이 한데 뒤섞여 오싹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것을 걷어내는 순간, 레이무의 붉은 눈이 천천히 떠지면서 주위를 훑는다.

"어, 어이. 괜찮냐?"
"........아."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에 꿈틀하면서 반응하는 레이무에 '아직 죽지 않았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레이무를 향하는 순간, 레이무의 눈이 급작스럽게 윤기를 띄면서 번뜩였다.

"케─흑?!"

목에 꽂히는 소리와 함께 세계가 회전한다. 레이무는 마리사의 위에 올라탄 채로 잔뜩 그슬려 있는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조금 답답할 뿐,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마리사는 짧게 웃으면서 막힌 목소리로 물었다.

"계속할 셈?"
"...죽어버려."

아아, 안되는데. 맑게 개어가던 정신에 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레이무 그만. 그렇게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 오히려 더 화가 날 뿐이니까. 어째서 이 녀석과 함께 죽고 죽이기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이미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핫핫핫─하고, 마리사가 마른 목소리로 웃는다. 이를 드러내면서 흉악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계속해 주지. 이번에야말로 말끔하게 태워주마.

"좋아. 또 다시 박살을 내 주지."

마리사의 코웃음에 답하듯 레이무의 입술이 일그러지면서 웃음을 흘려낸다.

"...팔괘로, 놓쳤구나."
"...?!"

마리사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레이무의 나지막한 읊조림에 마리사의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흐릿하게 웃는 레이무의 리본 사이에서 팔락, 하고 숨겨 두었던 부적 한 장이 떨어져 내린다.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어서 스펠을 선언한다.

"몽상봉인. 순."
"얌마, 레이무 그만 둬─!!!!!!!"

스이카의 뒤집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신사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울려퍼지면서 스펠이 발동했다. 강력한 힘이 터져나오면서 레이무와 마리사의 모습을 집어삼켰다. 섯불리 다가가지도 못하고 스이카는 초조한 얼굴로 하늘에서 발을 구르면서 신사 쪽을 쳐다보았다. 잔뜩 일어나 시야를 가리고 있는 먼지들의 밀도를 재빨리 낮추면서 스이카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두 명의 모습을 찾는다. 어쩐 일인지 레이무의 스펠의 범위는 그렇게 넓지 못했고, 두 사람의 모습은 금방 찾아낼 수가 있었다. 덧붙여 난데없이 이 아수라장에 뛰어든 또 다른 한 사람의 모습도.

"...얼라? 앨리스?"
"정말이지..."

먼지투성이가 되어 버렸잖아. 앨리스는 눈을 찡그리면서 콜록였다. 레이무와의 직선거리로는 상당히 먼 곳에서 마리사의 목덜미를 잡은 채로 서 있는 인형사. 레이무는 불쾌한 듯이 코를 찡그렸다.

"애...앨리스?"

목덜미를 붙들린 채로 마리사가 자신을 데리고 레이무의 스펠에서 꺼내온 상대를 확인했다. 앨리스는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면서 마리사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안녕."
"...어, 그래... 가 아니라. 뭐하는 거야?!"
"내가 할 말이야.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레이무가 정상이 아니라면 네가 피해야 할 것 아냐. 정말이지 융통성이 없다니까. 작전상의 후퇴는 결코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야. 알고 있는 거야? 조금은 머리를 쓰라고. 똑같이 정신을 잃고 날뛰면 자멸이라는 거 몰라?"
"...아, 어? 어..."

평소답지 않은 경경한 설교조에 왠지 기세가 꺾인 마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얌전히 그녀의 말을 듣는다. 아니, 아직까지 얼이 빠져 있어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레이무는 그 모습을 보고 비척거리는 다리를 뻗어 한 걸음 걸어나왔다.

"비켜. 아직 안 끝났어."
"아니. 끝났어. 이미 한참 전에 끝났잖아. 당신, 지금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거야?"
"..."
"답지 않네, 하쿠레이 레이무. 주변을 둘러봐. 어떤 꼴이 되어 있는지."
"설교는 그 쪽 바보한테나 해둬. 살아있다면 말이지."

레이무의 손이 허공을 휘돌았다. 주변을 감싸고 빙글빙글 음양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명백한 적의가 담긴 탄이 마리사를, 그 옆에 있는 앨리스가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마리사를 노리고 있었다. 마리사는 비척거리면서 앨리스의 손을 털어내고는 다시 일어섰다. 비뚤어진 웃음이 '아무 생각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공격을 받은 맹수처럼, 자신의 천적을 만나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위기에 처한 짐승이 되어 레이무의 탄에 맞서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다.

"이 바보가."
"케훅?!?!?"

마리사의 머리 위로 인형이 고속 낙하했다. 콰앙! 돌덩어리에라도 맞은 듯한 울림과 함께 마리사는 꼴사납게 바닥에 널부러졌다. 흙바닥과 정면으로 안면충돌한 그녀는 그대로 땅에 머리를 박은 채로 흙과 함께 말을 씹어 뱉었다.

"이 녀서어...억! 뭐하는 짓이야. 방해하면 너라도 가만 안 둘─!"
"네네. 주무세요."

우수수수수! 마리사의 신체 위로 쏟아져내리는 인형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덮어버린다. 인형의 산에 짓눌린 마리사는 몇 번 버둥대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레이무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흔들흔들 걸어나왔다. 인형에 뒤덮혀 정신을 잃은 마리사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손을 휘두른다. 주변을 돌고 있던 음양옥들이 일제히 그 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칫. 앨리스는 짧게 혀를 찼다. 그 정도까지 다쳐놓은 상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동작이었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막아내기에는 어렵지 않다. 앨리스는 마리사의 앞을 막아서면서 인형들을 던져올렸다. 분산되는 그 움직임에 맞추어 음양옥이 옆으로 위로 빗겨나간다.

"..."

레이무의 시선이 앨리스를 향했다. 피를 뒤집어 쓴 악귀같은 형상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마주보면서 앨리스는 작게 목을 울리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레이무. 일단은 먼저 말할게. 그만 둬."
"...물러서."

음양옥이 다시 그녀의 뒤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아, 어쩔 수 없군. 앨리스는 이마를 짚으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는 앨리스의 파란 눈동자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기묘한 윤택이 돌고 있었다. 아니, 어딘가에서,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찮구나. 비키지 않으면 같이 날려버려도 된다는 의미로 간주할거야."
"예상했었지만. 정말로 행동불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네."

앨리스가 처음으로 입술을 길게 잡아당기면서 웃었다. 희미하게 희열이 배어있는 그 미소에 담긴 날카로움이 레이무의 움직임을 일순 멈추게 만들었다. 평소의 레이무라면 분명히 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항상 얌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라고 할지라도,

결국은 인간을 습격하는 존재, 요괴라는 것을.

하지만 오늘의 레이무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앨리스는 안심하고 자신의 요괴를 드러내고 있었다.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면서 앨리스는 즐거운 듯이 웃는다. 하지만 그것은 방금 전까지 뒤엉켜 싸우고 있던 레이무와 마리사의 것과는 명백하게 틀렸다.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레이무가 코웃음을 치면서 묻는다. 몇 번의 탄막전에서 앨리스를 제압한 적이 있는 레이무는 그녀를 그다지 위협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기력이 다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었다. 과연, 그런 점은 하쿠레이의 무녀답구나. 요괴의 앞에서만큼은 절대로 주눅들지 않는다. 아니, 누구든지 마찬가지겠지.

앨리스는 손을 뻗는다. 일곱개의 빛이 흔들흔들 그녀의 주위를 돌며 춤추었다.

"바보구나."

앨리스 마가트로이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상대의 실력을 재고 가늠하여 조금 더 상위의 능력만으로 적을 제압한다. 그것은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공격의 방식이었다. 전력을 다해서 져버린다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것이다. 앨리스는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앨리스 그 자신이다.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 모든 것은 그 이상적인 발판 아래에 성립되는 부가적인 요소들.

"이길 수 있다─가 아니야."

그렇기에 그녀가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기는 거지."

긴 세월동안 자신을 위해 살아왔던 요괴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흑백의 인간 하나를 위해─

"웃기네."
"곧 웃을 수 없게 될 걸."

전력으로 홍백의 무녀를 향해 돌진했다.










속도는 마리사보다 느리고, 탄막의 위력 역시 마리사보다는 낮다. 하지만 앨리스의 강점은 속도도 파워도 아니었다. 수많은 인형을 한 번에, 마치 수백, 수천의 두뇌를 가진 듯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종하는 능력인 것이다. 근 반나절 가까이 마리사와 싸워서 완전히 화력과 순발력 겨루기에 익숙해져 있었던 레이무의 몸은 당연히 그에 대응하지 못했다. 물론 그 역시 앨리스가 노리고 있었던 바다. 승부를 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승부를 낸다-는 표현은 이상하다. 승부는 이미 이전에 수 차례나 나 있었다. 단지 레이무와 마리사 둘 다 끝을 내지 않았을 뿐.

그 끝을 알리는 막이, 제 3자인 앨리스의 손에 의해 간신히 닫힌다.

"큭...?!"

우측에서 인형이 뿜어내는 레이저를 피해 앞으로 휘청이는 레이무의 몸 앞으로, 순식간에 앨리스의 몸이 파고들었다. 패턴이 전혀 다르다. 앨리스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일이 잦다. 그녀의 주포는 인형이다. 가장 아끼는 일곱 개의 인형 역시 전부 꺼내는 일이 없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일곱 개의 인형을 전부 사용함을 물론, 여타의 인형 역시 아낌없이 꺼내들고 있었다. 무한의 창고를 뒤에 숨겨 둔 듯 몇 개나 몇 개나 파괴해도 금세 두 배, 세 배로 불어난다. 게다가 인형으로 혼란을 줌과 동시에 자신의 몸도 직접 움직이고 있었다. 요괴의 체력과 요괴의 순발력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칫!"

가까이 다가온 앨리스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 레이무는 인상을 찌푸렸다. 부적은 이미 마리사와의 싸움에서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다. 방심도 이런 방심이 없다. 이런 앨리스라면, 최선의 상태에서도 신중을 다해 상대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하다.

콰악! 앨리스의 손이 레이무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크윽-하고, 레이무의 목에서 한 차례 막히는 소리가 났다. 앨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흔들리지 않는 호흡을 뱉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그만 둘래?"
"죽기 전엔 안되겠는데."

레이무의 입술의 한 쪽에 비죽히 올라간다.

"어머. 그래?"

앨리스는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레이무의 복부에 인형을 그대로 틀어박았다. 인형에서 곧바로 전해져오는 충격에 레이무의 입에서 한 웅큼의 피가 터져나왔다. 그것이 자신의 얼굴에 튀는 것도 아랑곳없이, 앨리스가 선언한다.

"아티플 새크리파이스."

인형이 폭발한다.

"으아아아아아악!!!"

레이무의 비명을 삼키면서 거대한 폭발음이 일었다. 그대로 신사의 토리이를 향해-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조형물이었다- 그녀의 몸이 크게 튕겨져나갔다. 그대로 토리이에 직격하는가 싶더니, 스윽- 벌려진 틈새가 그녀의 몸을 집어삼켜버렸다.

"...흠."

별로 놀라지도 않고 앨리스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마리사가 있는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앨리스의 눈짓에 남아있는 인형들이 줄지어 마리사의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은 수의 인형을 잃어버렸다. 이런 싸움 방식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앨리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흐트러진 옷자락을 정돈하였다.

"부상자를 상대로 가차없네."

허공의 결계가 갈라지면서 유카리의 얼굴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앨리스는 눈을 돌려 흘끗 그 곳을 바라보면서 새침하게 대답했다.

"상대는 하쿠레이의 무녀야. 사정을 봐주면서 맞붙을 만한 상대가 아니잖아."
"그런가아? 그녀의 상태로 보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면서도 스펠을 쓴 것 같던데. 내 착각일까?"
"아니. 맞아."

인형들이 시체처럼 축 늘어진 마리사의 몸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 무리를 이끌기 위해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앨리스가 덧붙였다.

"그리고 네가 그녀를 구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 범위 내였지."
"...어머나."

기분나빠라.

유카리는 인형과 함께 사라져가는 앨리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으응..."

지독한 격통이 전신을 내달리는 것을 느끼면서 마리사는 눈을 떴다. 익숙하지만, 자신의 것은 아닌 방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응? 앨리스의 집인가? 어째서 자신이 앨리스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인지 마리사는 곰곰히 생각했다. 머리가 지끈거려서 여기 오기 전까지의 기억이 재빨리 떠올라주지 않는다. 한참을 낑낑거리고나서야 간신히 기억을 해내고, 깜짝 놀란 그녀는 황급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아아악!!!!!"
"...그렇게 움직이면 아플걸..."

이미 늦었겠지만. 앨리스는 낑낑 앓는 소리는 내면서 침대 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는 마리사를 보며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보다 조금 많은 수의 인형이 방안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마리사의 간호를 돕고 있었다. 그런가. 레이무 녀석이 스펠을 쓰는 순간 앨리스가 나를 빼냈었지. 마리사의 빤한 시선을 받은 앨리스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었다.

"뭐, 뭐야 갑자기 그렇게 쳐다보는데?"
"에? 아니. 앨리스. 의외로 굉장하구나─라고 생각해서."
"의외는 뭐야..."
"레이무 녀석에게서 간단히 나를 빼왔잖아. 솔직히 죽는 줄 알았어."
"바보네. 레이무의 스펠의 범위가 좁았던 것 기억 안나?"
"헤? 그랬나?"
"보이지 않는 틈새가 벌어져서 일정 범위 이상 힘이 터져나가지 않도록 스펠을 먹어치운거야. 아무리 걸레가 되어 있다고는 해도 레이무의 탄 속으로 무작정 뛰어들어가는 바보는 없... 하나 밖에 없어."

누구야 그 바보가? 마리사의 질문에 인형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엉? 나야? 정말? 인형들을 둘러보면서 되묻는 그녀를 보며 앨리스는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다행이네. 앞으로 그런 행동은 삼가는 편이 좋을거야. 서로에게 득이 안되는 걸."
"...으응. 확실히 그렇지만. 대체 왜 그랬지. 확실히 정신이 나갔었을지도."
"그렇네."
"읏. 즉답이냐... 하지만 확실히 열받았는걸. 나는 평소처럼 녀석과 탄막 승부를 하러 간 것 뿐인데. 다짜고짜 화를 내더니 엄청난 탄을 뿌려대잖아. 그런 힘 처음 봤어."

마리사는 침대 위에서 앉아서 몸을 웅크리면서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 사이에 얼굴을 묻고 심통난 목소리로 투덜투덜 두서없이 내뱉는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야. 나 같은 건 진심으로 상대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나는 전력을 다할만한 상대가 아닌거야? 그런 생각을 하니 열이 받지 않을 수가 없잖아."
"..."
"뭘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걸까, 그 녀석?"

침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앨리스의 목에서 울컥─하고 시큼한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어째서 이 아이는 이렇게도 레이무, 레이무, 항상 레이무 뿐일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과 마리사 둘 뿐인데도, 그녀는 자신을 보아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항상 앨리스가 품고 있는 불만이었지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본 적이 없었던 구상이었다.

"마리사는 늘 레이무 생각 뿐이구나."

하지만 오늘은 왠지 너무나도 쉽사리 그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말하고도 스스로 놀라서 앨리스는 자신의 입을 황급히 손으로 가린다.

"...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한 목소리로 마리사가 응답했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의아한 듯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앨리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크흠. 앨리스는 헛기침을 한 뒤 삐걱거리는 태도로 말머리를 돌린다.

"그렇게 풀 죽을 것 없어."
"엉?"
"당신은 확실히 훌륭한 마법사야. 그것은 내가 보증할 수 있어."

다시금 침착하게 가라앉은 앨리스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지근거리면서 울렸다. 왠지 모르게 낯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마리사는 북북 얼굴을 긁적인다. 손 끝에 상처가 걸려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야야... 인상을 찌푸리며 낑낑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앨리스는 훗-하고, 작은 소리로 실소했다. 약간의 인형을 대동하여 마리사의 옆으로 이동한 그녀는 손에 스쳐 다시 피가 나기 시작한 마리사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상처 때문에 거칠어졌지만 기본적으로 깨끗한 그녀의 피부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퐁─하고 머리 속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앨리스? 얼굴이 또 빨갛게 되었는데. 감기라도 걸린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멀뚱히 마주보고 있는 마리사에게 앨리스는 다시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레이무의 강함은 하쿠레이의 강함.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선천적인 능력. 혹자들은 룰을 개의치 않는 반칙이라 말하고, 혹자들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와도 같다고 하지."
"..."
"그런 강함에, 바보같이 도전하는 평범한 사람을 하나 나는 알고 있어."

바보는 뭐야, 바보는. 울컥해서 한마디 툭 쏘아붙이려던 마리사는 곧 앨리스의 희미한 미소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처음으로 마리사는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나보다 연상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이야말로 반칙이 아닐까. 너무나도 소녀다운 그 모습에 마리사는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그건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해. 노력으로 따라잡는다는 황당한 발상을 기어코 실현해 내고야 만 마법사."
"이봐!! 난 별로 노력 같은 건 하지 않...!!"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도 당신을 보며 착잡해 했던 것이 아닐까?"
"...에?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모르는 거야? 어째서 오늘 레이무가 그렇게 화를 냈는지?"
"에?!?!?"

마리사는 앨리스의 어깨를 꾹 붙들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마리사의 얼굴에 앨리스는 목을 뚫고 튀어나올 뻔한 심장을 추스르면서 '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 하고 연속으로 외쳐대면서 소리없이 버둥거린다. 그녀의 착란 상태에 인형들이 움직이더니 마리사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잡고 뒤로 끌어당겨 앨리스에게서 떨어트려 놓았다.

"아는거야? 오늘 레이무가 왜 그렇게 깡패 모드였는지?"
"...너희들은 참. 다 알고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찌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똑같이 바보들이구나."

앨리스는 한숨을 쉬면서 망토자락을 다듬었다.














"무녀님은 무서운 거야. 걷어차고 걷어차도 끝없이 달라붙는 마법사가."
"헤에에─."
"자신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그녀만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어. 까마득한 줄 알았던 갭이 조금씩 조금씩 메워 들어져 가. 이러다가는 언젠가 뛰어넘고, 언젠가 자신을 능가할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처럼 자신을 쳐다봐줄까? 그것이 두려운 거지."
"헤에에─. 하지만 레이무는 강하잖아."
"그렇지. 마리사는 아직아직 멀었... 어머, 실명이 나와버렸네. 안되잖니, 첸. 이건 레이무와 마리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녀와 마법사의 이야기라니까."
"아아~ 그렇구나."

"...사람을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야..."

레이무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로 끼어들었다. 낑낑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것을 옆에서 간호하던 란이 그대로 밀어 다시 넘어트렸다.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무릎 위에 반쯤 누워있는 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유카리는 유쾌한 듯이 훗훗훗 사악한 미소를 흘렸다.

"어머. 깨어있었니?"
"...줄곧 깨어 있었잖아!!"
"훗훗훗."
"...큭. 열받아, 그 웃는 법."
"란, 첸을 데리고 식사를 준비해 줄래? 레이무는 내가 볼 테니까."
"필요없어!"

알겠습니다. 란은 첸의 손을 잡고 방문을 나섰다. 신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고 화사한 마요히가의 안방에는 레이무와 유카리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윽. 레이무는 앓는 소리를 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불만스럽게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츳, 가볍게 혀를 차면서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뭐, 일단은 고맙다고 해두지."
"으으음? 뭐가?"
"...역시 됐어."

짜증나, 너. 발끈해서 다시 돌아눕는 그녀-그러면서 상처를 건드렸는지 큿─하고 튀어나오는 소리를 억지로 집어삼켰다-를 보며 유카리는 흥흥 코를 울리며 웃는다.

"정말이지. 둘 다 바보라니까. 그런 점이 또 흥미있네."
"시끄러. 잘 거야."
"뭐뭐. 마리사가 추월해버린다고 해도, 내가 옆에 있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렴."
"필요없거든. 그리고 그런거 아니거든. 말 걸지마."












"─란 거지."
"헤에... 그것 참, 뭐랄까. 그게 사실이라면."

마리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단숨에 큰 호흡과 함께 털어내었다.

"진짜 바보네."

당신이 할 말입니까.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눌러참았다. 앨리스의 그런 필사적인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사는 코 끝을 긁적이면서 흐음─하고 길게 목을 울렸다.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 녀석 따라잡으려면 아마 내 일평생을 바쳐야 할 거고.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레이무는 쭉 레이무다. 달라질 건 없어. 녀석도 그걸 분명히 알고 있을 거야."
"...어머. 확신하고 있네."
"아아. 물론이지. 그러니까 녀석은 그냥, 잠시 더위를 먹은 것 뿐일거야. 음, 그래. 결정."
"참 나. 단순해서 좋겠구나."
"단순하다고 하지맛."

마리사는 퉁명스럽게 앨리스의 말을 막으면서 볼을 부풀렸다. 그런 모습이 왠지 어린아이 같다고 느끼면서 앨리스는 작게 실소했다.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는 앨리스의 모습이 어딘지 불안정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 마리사는 곧장 직설적으로 물었다.

"앨리스? 무슨 생각해?"
"에? 뭐가?"
"아니. 왠지 얼굴이 안 좋아서."
"...그럴리가."

흐응? 마리사는 앨리스의 가볍게 지나치려는 말을 듣지 않고 눈에 힘을 준 채 빤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안돼. 이 아이의 이렇게 곧바로 쳐다보는 눈길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

당신의 인생에 레이무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음. 뭐, 그렇겠지. 역시."
"레이무가 없다면, 당신의 인생은 틀림없이 심심해지겠지."
"아마도?"
"마리사에게 레이무는 없으면 안돼. 그리고 아마 그 반대도 마찬가지."
"...하?"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의 고삐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는다. 앨리스는 평소와는 다르게 보통 때에는 하지 않는 말을 금세 슬슬 내뱉었다.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
"엉? 누가?"
"레이무와 당신."
"................그렇게 서로 박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다고...?"

너도 참... 하고 이어지려는 마리사의 말을 봉래 인형이 뒤통수를 후려치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이 놈의 인형이! 발끈해서 돌아보는 마리사를 보며 앨리스는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조심조심 말을 잇는다. 처음이야 시원스럽게 튀어나왔지만, 점점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언어로 표현하다보니 점점 더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 왠지 나는 낄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연이라는 게."
"에? 뭐야, 그런 기분 나쁜 거 없어없어."
"어머? 당신들이 모를 뿐일걸. 꽤 잘 보인다고."
"우엑... 싫다, 그런 거. 그런게 대체 왜 부럽다는 거야?"
"그야."

앨리스는 혀를 내밀면서 인상을 쓰고 있는 마리사의 질문에 이끌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손쉽게 대답했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엣."
"..."
"..."
"..."
"............?!?!?!?!?!"

화악!!!

마리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빨개진 얼굴에 가장 당황한 것은 다름아닌 앨리스였다. 상상도 하지 못한 마리사의 그런 반응에 간신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했다. 안돼, 너무 분위기를 타버렸어. 앨리스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어색한 얼굴로 멋쩍은 웃음을 딱딱하게 흘렸다.

"아, 아하, 하하하. 아냐. 역시 아무것도. 미안. 방금 것 취소. 잊어줘."
"...엑? 잠깐."

황급히 일어서려는 그녀의 팔을 마리사가 재빠르게 붙잡았다. 휘청, 하고 크게 흔들린 몸이 다시 앉아 있었던 의자로 되돌아간다. 팔을 잡힌 채로, 그리고 팔을 잡은 채로 서로를 마주보면서 꽤나 오랜 시간이 오래동안 흐른 후에야 마리사는 천천히 우물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그... 에. 뭐냐. 그러니까."
"뭐, 뭔데?"
"레이무는 레이무다."
"...하?"

무슨 소리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앨리스의 시선을 거북해 하면서도 절대로 피하지 않으면서 마리사가 계속 말을 잇는다.

"확실히 내 인생에 레이무는 없으면 안 돼. 쫓아갈 지표가 없어져 버리는 걸."
"그렇겠지."
"그리고."

흐읍, 마리사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꾹 감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너도 없으면 안 된다."
".....................엣?"

순식간에 머리 속이 정전. 새하얗게 타버린 생각회로를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앨리스는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을 느끼면서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아아, 왠지 자신의 얼굴도 지금 보이는 그녀처럼 틀림없이 볼품없을 정도로 달아올라 있겠지.

"그, 왜?"
"...엥? 그, 그렇군. 생각해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히 안 돼."
"뭐야 그게. 이유도 없어?"
"이유는 아무래도 좋아. 어쨌든 네가 없으면 안 되니까."
"..."
"앨리스가 없으면. 그 뭐야. 뭔가 좀 쓸쓸하고 재미없어. 왠지 가슴 한 쪽이 휑하니 비어있는 느낌일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한테는 네가 필요하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이 필요하다고 이 소녀가 말하고 있다. 분명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소중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런 정도로 눈치채지 못하는 둔감함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직설적인 사람이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말로 담는다면─ 틀림없이 부끄러워서 죽어버린다.

"웃!!!"
"헤? 앨리...엑?!"

앨리스의 휘두른 손에 맞추어 인형들이 찰싹찰싹 마리사의 얼굴을 강타하면서 눈을 덮어버렸다. 갑자기 새카맣게 변한 시야와 톡톡톡 연신 두드려대는 감각에 왠지 들었던 정신이 다시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손을 휘저으면서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손을 차가운 다른 손이 살며시 움켜쥐었다.

"앨리스? 이것 좀..."
"됐으니까, 좀 더 주무세요."

입술에 가볍게 와 닿는 부드러운 감촉. 아아, 왠지 아까운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리사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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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렐리아님이 앨마 써달라고 징징대서 쓰긴 썼는데 레이무 왜이렇게 많이 나와...

아키에다 때문에 온리 렝마로 시작한 동방 동인질이었지만, 요새에는 여러 사람들의 음모에 휘말려서 꽤나 제 안의 동방 이미지도 변모해버렸습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결계영창이지만, 렝마 사이의 관계 역시 미묘하게 무언가 있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마치 같은 집에서 오래동안 같이 산 개랑 고양이가 서로 핥고 뒹구는 듯한 느낌이군요. 둘 다 생각없이 그냥 있으니까 만져보는 느낌. 그리고 그걸 보면서 혼자 속을 태우는 것은 소녀심의 앨리스 뿐. 유카리는 뭐...됐구요. '켕(라썩)' 뭐, 이 정도겠지. 결계영창이라고는 해도 영창 커플링에서의 마리사는 연애감각 제로이기 때문에 결국 앨리스만 고생하는 것이 제 안의 영창입니다. 레이무도 만만찮게 연애감각 떨어지고요... 정리하자면 마리사 연애감각 제로 레이무 연애감각 희박 앨리스 연애감각 만땅 유카리는 에로감각만 있음. 주절주절 했지만 어쨌든 결계영창이 좋다는 겁니다...

앨마 써달라고 했을때는, 그래! 앨리스 폭주 모드를 써주마!! 했는데 쓰다보니까 또 흐물흐물안절부절훌쩍훌쩍 소녀모드. 미안해, 앨리스. 내 안의 너는 영원히 이런 이미지. 그나마 앨리스가 이 정도로 용기 있게 나서는 것도 백 년에 한 번 정도야...


하나만 더.

저 위에 앨리스의 '레이무 날 진심으로...'

...쓰면서 '풋' 하고 웃었습니다... 아니, 그렇더라고...

by 상흔 | 2007/07/25 02:46 | └ fan fiction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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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사밍 at 2007/08/09 22:04
......생각 해 보니,
동방 중략 팬 카페를 다니면서도 동방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인 것 같군요.
그 첫 소설이 이렇게 대단한 소설이라니, 감격이라고 할까요.
감사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거네요.
정말 좋은 글 써 주셔서 더없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아사밍 at 2007/08/09 22:05
덧. 링크 추가합니다-.
Commented by 상흔 at 2007/08/12 13:53
아사밍/ 으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그냥 기쁘다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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