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연애먹이사슬 2/2

흑흑. 이님을 위해 각별히 병맛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버렸어ㅠㅠ








연애먹이사슬
~부제 : 이님은 이런 것이 취향




http://chizru.egloos.com
by. 치즐






첫만남은 신입생 OT 때였던가.
아니면, 동아리 환영회 때였던가.
그도 아니면 수업 때 강의실에서 였을지도 모른다.

제일 처음 보았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새인은 인상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천연의 옅은 빛 머리카락을 꾸밈 없이 하나로 묶어내리고, 역시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은색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옷을 자신의 몸집보다 조금 크게 입는 이유는 꼼꼼하게 옷을 고르는 성격이 아닌 탓일 것이다. 키는 가현보다 살짝 작아서, 작은 키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보통이라고 해야할지 크다고 해야할지 어중간한 느낌. 그나마도 무리 속에 섞이면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였다. 캠퍼스를 오고가는 동안 한 번 두 번 마주치면서 어느새 얼굴을 익히고 어느새 이름을 알게 된 같은 과 같은 동아리의 1년 선배. 그 정도의 사이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새인은 가현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아주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현 정도로 눈에 띄는 사람이다. 정식으로 서로 처음 인사를 나누었을 때 분명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미인이네.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감탄하는 말이라고 보기는 또 너무 담담한 태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것은 그냥 자신이 본 소감일 뿐 칭찬같은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그 시점에서 새인은 가현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가현은 이미 어렴풋이 새인을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그런 점이 또 새인답다.

녀석의 인생은 굴곡이라고는 없는 수평선이야.
흔들릴 일 없이 항상 안정적이지만, 감동 역시 없겠지.

누군가는 새인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했다. 가현 역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발화점이 높다. 어디에도 좀처럼 이끌리는 일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일도 없다. 새인은 그 이후에도 딱히 가현에게 흥미를 느끼거나 특별히 친하게 지내려고 한 적이 없었고, 그것은 가현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가까워질 일은 아마도 없겠지. 스치면 가끔 인사를 나누는 정도. 그 정도의 인연이다.

두 사람의 사이에 극적인 전환점을 맞게된 것은 그로부터 6개월 후,

콰앙───!!!!!!

"...아, 이가현."

오락실에서였다.

"................."

가현은 한동안 그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전혀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풀어서 늘어트린 가느다란 갈색의 머리카락은 아직 덜 마른 듯 물기가 배어, 큼큼한 오락실 내에서도 상큼한 과일향을 퍼트리고 있었다. 안경은 없지만 시력이 나쁜 듯, 가볍게 눈을 찌푸리고 있다. 화장기라고는 전혀 없는 얼굴은 상당한 동안. 그것도 낡은 추리닝이라는 암울한 패션에도 묻히지 않을 정도로 미소녀. 전형적인 미형은 아니지만 눈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이런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그 악센트라고는 없어 듣고있노라면 졸려지는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다.

"...최새인...선배."

가현은 냉정하게 현 사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서는 꽤 떨어진 곳에 있는 한산한 주택가. 못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아니라 저녁 9시만 되도 주변은 금세 깜깜해진다. 유흥시설이라고는 전혀 없기에 그 근처에 있는 오락실에는 밤 10시에는 이미 폐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주인은 가게 바로 위층에서 살기 때문에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가현의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장소이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두번 쯤 늦은 밤 이 곳의 가장 구석에 있는 게임기를 찾는다. 플라스틱 모형으로 된 총으로 적을 쏘는 흔한 총게임이다.

Continue?

30분 간의 사투 끝에 화면에 깜박이는 글자에 가현은 잠시 고민했다. 언제나 원코인이 그녀의 모토지만, 그동안 학교 생활에 치여 줄곧 찾지 못했었기 때문에 큰 맘을 먹고 두번째 동전을 넣는다. 기록 갱신이야 애저녁에 끝냈지만 이번 판만 넘기면 엔딩이다. 동전을 넣고, 다시 화면에 쏟아져나오는 인간 표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탕!

노리는 것은 언제나 머리 뿐.

탕! 탕!

사실은 총 같은 것보단 좀 더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휘두를수 있는, 예컨데 도끼라던가 망치라던가 그러한 흉기가 좋다.

탕! 탕! 탕!

피 한방울 흘리지도 않고 픽픽 쓰러지는 그 모습이 시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현의 입꼬리는 점점 기분좋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호흡이 가볍게 거칠어지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손이 점점 더 빨라진다. 그러면서도 줄곧 놓치지 않고 머리만을 노려서 날려버린다.

타앙!

"하─!"

비웃듯 입꼬리를 뒤틀며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의 그녀의 지인들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겠지. 더욱이 그것이 그녀의 본모습이라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정말 그녀가 즐거워서 터트리는 웃음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쿠웅!

마침내 마지막 적이 쓰러지고 엔딩 스크롤이 뜨는 순간, 가현은 기세를 몰아 그대로 화면에 들고 있던 모형총을 집어던졌다. 콰앙! 덜컹! 좋아. 그야말로 완벽. 화면에 부딪히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요란한 소리에 그녀는 만족한 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떨어진 총을 주우려는 순간,

"...아, 이가현."
"...최새인...선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새인과 그대로 눈이 마주친 것이다.

"..."

상황 분석 종료.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대로 굳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가현을 새인은 한참동안 말없이 빤히 들여다보았다. 가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저 반응없는 사람이 이 모습에는 대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뭐라고 말할까. 화나는 일이라도 있었어? 무섭게 왜 그래? 더 나아가본다면 미쳤니?

보통이라면 그렇겠지만─
분명 이 사람이라면 내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마침내 새인이 입을 열고,

"그렇게 재밌어?"

가현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익숙치 않은 얼굴에 가현은 숨을 삼켰다.

"..."

깜짝이야. 침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일어나면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침 6시.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 준비하랴, 출근 준비하랴, 오늘은 딸린 애까지 챙기랴,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새인은 가현의 팔을 베게인 줄 아는지 아직까지도 붙든 채 달게 잠에 빠져있었다. 침대 위로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직 한창 때의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겨지는 어린 얼굴. 과연, 어제밤 꿈의 원인은 이것이로군.

"...흠."

가현은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새인의 손을 떼어놓고 모로 누워있는 몸을 바로 눕힌다. 시험삼아 뺨을 톡톡 두드려보지만 당연히 깨어날리가 없다. 가현은 다시 한번 시계를 바라보고는 마음을 굳힌 듯 새인의 얼굴을 천천히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여,

"읍!!! 으읍으으으으!?!!?"

새인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선배? 내가 일어났는데 감히 더 주무실 생각을 하다니. 간도 크시네요?"
"으으으으으으!! 음므므!!?!"

갑작스럽게 산소를 차단당한 새인은 가현의 손을 떼어네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사람 하나의 체중을 가해 눌러오는 그 힘을 쉽사리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다. 새인은 다시 생각을 바꿔 순순히 저항을 그만두고, 대신 눈을 크게 떠서 자신이 깨어있음을 어필했다. 눈 앞이 희미하게 흐려질 쯤에서야 가현은 만족스러운 듯 새인을 풀어주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에겐, 좀 더 평화로운, 알람이 필요해."

가쁜 호흡을 한참을 진정시키면서 새인이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다. 가현은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무엇을 찾는지는 알기 어렵지 않다. 가현은 침대 머리맡의 선반에 있는 그녀의 안경을 집어들었다. 그것을 건네주기 위해 새인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손을 내민 채 대기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가현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왜?"
"...아뇨. 좀,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

가현은 생각한다.

"네, 옛날."

처음에는 분명 목적이 있었다.

"사람이란 의외로 쉽게 변해버리는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넌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은데."

가현의 말에 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후─, 가현은 바람이 새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선배도요."










"............."

이미 오래 전에 비어버린 종이컵을 다시 한 번 낼름 핥으면서 새인은 난간에 축 늘어져 있는 몸을 옆으로 굴렸다. 하늘을 보고 있던 시선이 다시 아래로 향한다. 회사 건물의 중간 층 쯤에 위치하고 있는 쉼터. 식사를 마치고 잠깐 바람을 쐬거나 흡연자들이 종종 이용하는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다.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익숙한 두 사람의 머리통이 자그맣게 보여왔다. 식사를 끝내고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건물 앞 근처에서 산책하고 있는 가현과 은아였다. 오늘 새인은 드물게 그 둘과 함께 하지 않았다.

"..."

생각해보면 굳이 저 사이에 끼어있을 필요도 없는게 아닐까? 새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현의 속셈은 이미 지난 번에 들었지 않았는가. 자기가 안 될 경우에는 새인을 붙여 줄 생각인 것이다. 아니, 아마 가능하다면 새인을 이용하는 쪽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정말로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열과 성을 다해서 먼저 작업을 걸 만큼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게 내키지 않는 김에 남을 이용해 먹겠다는 게 더 고약하다.

"거기까지 어울려 줄 의리는 없지."

...없지...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곤란하다. 어찌되었든 지금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중요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사람이란 의외로 쉽게 변해버리는 것 같네요.

며칠 전 가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지만 내심 그 말에 놀랐던 것도 기억났다. 그런 센티멘탈틱한 대사를 읊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최근에 심란한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 정도로 좋아했었던 건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현의 연인이라고 소개받았던 남자가 떠올려 보았다. 사내에서는 일단 비밀로 하고 있지만 새인에게는 특례라면서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능력 있고, 훤칠하고, 인물도 좋고─

"어라. 새인씨. 혼자에요?"

그래. 지금 말을 건 저 사람처럼.

"..."
"......새인씨?"

진짜 있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새인을 보면서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없네요. 그 사람은."
"아. 예."
"신기한데요. 새인씨 입사한 이래로 둘이 함께 있지 않던 때가 없었던 거 같은데."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나저나 가현씨는 어디에?"

당신 여자랑 저 아래에서 놀아나고 있지요, 라고 곧이곧대로 대답해줄 만큼 새인은 모험을 즐기는 여자는 아니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남자를 향해 되묻는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아,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새인의 옆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었다. 그가 들고 있는 종이컵도 새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비어있었다. 둘은 딱히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던지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두 사람."

먼저 말문을 튼 것은 새인의 쪽이었다.

"아직 제대로 끝낸 게 아니죠?"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긍정이라는 것을 새인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이라고는 가현 뿐이다. 그러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에 대한 것이라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새인은 빈 종이컵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냥 헤어진 정도라면 대리님도 그렇게 이상한 억지를 부리면서 심통을 부리진 않아요."
"아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가현씨가 또 뭔가 새인씨를 귀찮게 하기라도...?"
"에에. 뭐. 이런저런."
"그렇죠. 그런 사람이니까. 이번 것은 확실히 제가 나빴어요."

남자는 새인의 말에 짧고 힘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알고 있다. 자신이 좋다는 사람을 떨치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싫다고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도 않는 사람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상대라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가현은 확실하게 자신이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들이 질려서 떠나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시원스럽게 말해버린다. 다만, 분명하게 그 이유를 말해준다면야. 그 이유를 알아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이 남자는 분명 그냥 도망쳐 버린 것이다. 가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도망쳤네요."
"...부정할 수 없군요."

조금, 시간이 필요했어요. 남자는 쓰게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대면할 날이 오겠지요."
"조만간?"
"이번 주 금요일에 있는 모임이 있으니까요. 더이상 피하고 있을 수도 없는 터에 꼼짝도 할 수 없게 됐군요."

모임이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인은 어렵지 않게 알아들었다. 집안이 좋은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그런 류의 파티 같은 것이다. 새인과는 연이 없는 세상의 이야기였지만, 종종 가현의 드레스를 고르는 데에 함께 동행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인지는 대충 들었던 적이 있다. 분명 남자와도 그 곳에서 처음 만났다고 이야기했었지.

"시간이 더 필요해요?"
"네?"
"시간이 필요했었다고 말했었잖아요. 아직도 더 필요한가요?"

새인의 질문에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번 주 내로는 확실히 매듭지을 수 있겠네요. 두 사람 다."
"글쎄요."
"...?"
"매듭을 짓는 건, 아마도 저 혼자 뿐이겠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새인은 의아한 듯이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계속 이어지는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런 그녀는 보면서 남자는 입가를 끌어올려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새인씨도─ 가현씨를 좋아하시지요?"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는 걸까. 의아해하면서 새인은 선선히 그 질문에 대답했다.

"좀 독특하긴 해도, 싫어하지 않아요. 그 쪽도 그렇겠죠?"
"아뇨."

남자는 똑 부러지게 새인의 말을 자르면서 그녀의 빈 컵을 빼앗았다. 자신의 컵 위에 포개면서 회사 안으로 통하는 문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자신의 대답에 말을 덧붙인다.

"저는 좋아합니다."

...앞뒷말이 안맞잖아. 새인이 그렇게 태클을 걸려고 했지만 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은아씨는 조심해주세요."
"...네?"
"가현씨는 걱정없지만, 새인씨는 조금 위험할지도 몰라요."
"...??"

남자는 그런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뭐야? 얼떨떨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새인은 결국 다시 난간에 몸을 축 늘어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자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다. 새인은 그것을 천천히 꺼내었다.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정신없이 테두리가 둘러져 있는 국제우편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자그마한 사진이 한 장. 그리고 깔끔하게 접혀 있는 카드가 한 장. 멍하니 그것을 꺼내어 펼쳐본다. 익숙한 글씨. 언제나 똑같은 문구.

─지금 행복해?

불행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 사람은 여전히 똑같은 문구만은 보내온다. 그러니까 이번 답신도 또 똑같다. 불행했던 적은 없어요, 라고. 정말로 변함이 없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왠지 모르게 피곤함이 쏟아졌다.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갈 시간인데 당최 의욕이라고는 솟지 않는다. 난간에서 다시 몸을 좌우로 돌리면서 흔들흔들 흔들리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새인씨."
"..."

으악! 하고 목까지 튀어나온 소리를 간신히 눌러 삼키면서 새인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기세에 놀란 듯 은아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새인은 주변을 훅훅 둘러보았다. 하지만 가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현씨는 먼저 부서로 돌아갔어요."
"아, 아아..."
"새인씨가 여기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와봤어요."

조금 있으면 일 할 시간이에요. 은아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새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선히 내민 그 손에 정말 성격 좋은 사람이네─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냥 지나치는 것도 상대가 무안할 것이라 생각해 새인은 그 손을 마주잡았다. 각자 부서로 갈라지는 길 도중까지는 그렇게 함께 걸어간다.

"대리님이 말했어요? 여기에 있는 거."
"에에. 아마 지금쯤 풀이 죽어 있을 거라고."
"또 멋대로 그런 소리를... 은아씨한테도 민폐네."
"아, 아뇨. 그냥. 오늘 새인씨가 같이 없는게 이상해서 어디있는지 물어봤을 뿐이에요. 데려와 달라던가 그런 말도 하신 적 없고."

은아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새인의 말을 부정했다. 그야 그렇지. 가현은 그렇게까지 남에게 자상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남에게는 위장된 자상함을 선사하지만, 새인에게는 이미 포기했다고 늘상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인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친절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오한 고찰에 빠지면서 은아에게 샐쭉 웃어보였다.

"고마워요. 안그래도 그대로 있었다가는 오후 업무에 늦을 뻔했네요."
"그리고 이대리님에게 혼나겠죠?"
"아, 싫다. 그건."
"아하. 대리님은 어쩌면 새인씨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먼저 들어간 거 아닐까요?"
"에?"
"대리님. 은근히 그런 구석이 있잖아요."

...이 여자. 의외로 눈치가 빠른건가. 그 정도로 레벨이 낮지는 않지만, 남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건 확실히 들어맞았다. 새인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심도있게 가현을 파악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 이 여자도 무서운 여자가 아닐까. 가현의 사회적 입지를 고려하여 그녀는 짐짓 모르는 척 되묻는다.

"그런가요? 그렇게 보이지는... 확실히 일에는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니까요."
"어라. 괴롭히지 않아요? 대리님 은근히 짓궂은 부분이 있잖아요?"

어느새 둘은 새인의 부서 근처까지 와 있었다. 새인은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은아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은아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는 탓이다. 새인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흘끗 돌아보았다.

"좋아하니까 그런 거겠죠?"
"...하?"
"저도 왠지 그 기분 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오싹. 척추를 타고 싸하게 냉기가 흐른다. 잠깐. 뭐야, 이 오묘한 분위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속으로는 카오스 상태인 새인에게 은아는 '다음에 봐요'하고 인사를 남기고는 총총 사라져갔다. 그리고 곧바고 뒤에서부터 스멀거리면서 엉켜오는 목소리.

"저도 왠지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은아씨한테 바람 불어넣은 것, 대리님 짓이죠..."
"어머, 오해에요."

새인의 어깨를 손끝으로 갉작거리면서 가현은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쿨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악마같은 미소가 새인에게는 분명히 보인다. 우아하게 웃으면서 가현이 덧붙였다.

"잘 됐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
"됐거든요. 그 전에 제가 정말 은아씨랑 사귀어도 되는 거에요?"

새인의 말에 가현의 웃는 얼굴이 슬쩍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그런 계획이었지. 현 상황을 즐기느라 중요한 것을 놓칠 뻔했던 것이다. 그녀는 방금 했던 말을 싹 잊은 듯 능청스레 새인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잘 안 됐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
"정말로 교제해버려요?"
"그럴리가 없지. 새인 선배가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할리가 없죠. 잔인하게 거절해주세요."
"혹시 또 모르죠. 은아씨, 아무리봐도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특히 대리님에 비하면. 못 반할 것도 없는 사람이에요."

빈정거리는 듯한 새인의 말에도 가현은 흔들림 하나 없다.

"하지만 반할 것도 없는 사람이지."
"...자기가 작업하고 있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말하냐..."
"어쨌든 무리. 은아씨로는 무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배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전부터 그런 사람,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대체?"
"변하지 않는 사람."

얼마 전 들었던 똑같은 말에 새인의 몸이 움찔하고 멈추었다. 가현은 그런 새인을 두고 옆을 스쳐서 앞서갔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옆에서 누가 무엇을 하든 소용이 없죠. 선배한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뿐이니까."

정말이지. 재미없는 사람이네요. 가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가벼운 걸음걸이로 먼저 책상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니까, 딱히 재미없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대도. 정말이지 다들 제멋대로야. 새인은 한숨을 섞어 소리없이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아, 새인씨. 오늘은 저 약속이 있어서 먼저 퇴근할께요."

퇴근시간이 되자 가현은 가방을 챙기면서 일더미에 묻혀있는 새인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금요일. 남자에게 들어던대로라면 예의 그 모임이 약속일 것이다. 그에 대비한 준비도 이미 끝나있는 상태. 새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모니터를 톡톡 두드렸다.

"어차피 오늘 야근이에요. 즐겁게 놀다 오세요."
"그건 안됐네. 하지만 즐겁지는 않아."
"즐겁지 않아도 어울릴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에요."

어라, 선배에게 오늘 어디 가는 지 이야기 했던가? 새인의 그 태도는 모임에 가기 내켜하지 않아하는 가현에게 늘상 돌려주는 패턴이었다. 가현은 조금 의아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가현이 영 내켜하지 않는 약속은 별로 많지 않은 것이다. 눈치로 못알아챌 것도 없는 일이다.

"아. 답장 보냈어요?"

가현은 나가려다말고 멈춰서 물었다. 새인은 무슨 답장? 하고 물으려다 말고 아직도 가방 안에 넣고 있는 국제우편을 떠올렸다.

"아니, 아직. 왜요?"
"왜긴 뭔 왜. 그 사람은 새인씨한테만이 아니라 나한테도 선배에요. 얼마전에 만난 동기들이 안부 묻길래."
"안부고 뭐고. 여전히 문장 한 줄 보내오는데 무슨?"
"사진 오잖아요."
"건강해보이긴 하던데. 한 장 사진 가져갈래요?"

가현은 봉투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건네주는 새인에게 손을 한 번 휙 저으면서 거절했다.

"뭘 제가 가져가. 나중에 동아리 모임할 때나 한 번 가져가서 보여주면 되잖아요."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저 어차피 많으니까 하나 정도는 갖고 가셔도 되는데. 소식 궁금한 거 아니었어요?"
"그렇게까지 궁금한 것도 아니고. 그거 선배가 받은 거잖아요?"
"어차피 다 똑같은 사진 뿐인데. 하나 정도야."

가현은 또각또각 새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동그란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었다.

"물 건너에서까지 이렇게나 신경을 써 주시는데. 어째 이 선배는 여전히 이 모양일까..."
"...네? 뭐요?"

뭔진 모르겠지만 무시당하고 있는 거 맞지? 새인이 눈으로 그렇게 물어봐도 가현은 대답도 없이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는 횅하니 나가버렸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거야, 저 여자는. 새인은 반 쯤 일어선 몸을 다시 털썩 의자로 내리면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 번 집중을 잃고 나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새인은 들고 있는 사진 너머로 웃고 있는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가현이도, 그 남자도, 그리고 당신도.

네가 행복해졌으면 해.

이제는 곁이 없는 그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새인은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재미없다고 느껴 본 적도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거야? 그녀는 새인의 질문에 대답해 준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조금─
아주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티는 화려했고, 또한 지루했다. 가현은 적당히 어울리다가 잠시 바람을 쐰다는 핑계로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와 거북스러울 정도로 요란하게 만들어진 분수 근처에서 멈추어섰다. 회장 내의 대화라고는 저번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집안 이야기, 사업 이야기, 하나 더 덧붙은 게 있다면 혼담. 정말이지 아직 한참 일하고 있을 나이의 여성에게 실례이다. 애초에 그녀는 아버지의 회사를 잇는다던지 하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통의 다른 기업에 평범하게 취직한 별볼일 없는 OL에 불과하다. 승진이 빠른 건 실력이 좋은 덕이고. 그런 그녀라도 이 곳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혼처로 보이는 모양이다.

"오래간만이에요."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가현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눈썹에 힘을 넣는다. 얼마 전만해도 그녀의 연인이었던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안에서 몇 번 마주치기는 했지만 그것 뿐. 말을 섞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그러고보니 대화를 해보는 것은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긴 후 처음이었다.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됐어요. 그런 건. 변명거리는 다 준비 된 거겠지?"

가현은 서늘한 목소리로 남자의 말을 뚝 잘라버린다. 여전하시네요. 방금 전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지만 남자는 담담한 태도로 한 번 웃고 말 뿐이다. 그런 점이 꼭 누군가를 닮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릴께요. 조금...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여러모로."
"그렇다해도 그렇게 도망치는 건 답지 않네요. 실망이에요."
"아하하. 여전히 가차없네요. 가현씨는."

남자는 가현의 쏟아지는 비난에도 여전히 사람좋게 웃어넘길 뿐이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 어딘가 변한 것도 같다. 뭐랄까, 예전보다 조금 편해진 느낌이 든다. 엘리트답게 언제나 꽉 조여진 느낌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잘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 왠지 흥미가 당겼던 것도 사실이다. 교제하는 동안 가현의 쪽에서 살짝살짝 본색을 드러내보여가며 그 물렁한 속내를 뜯어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것도 다 예전 일이지만. 가현은 가볍게 혀를 차고서는 상대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제 어떤 면이 당신의 마음에 안 들었는가는 말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묻지 않겠어요. 다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다는 것은 매우 불유쾌한 일이에요."
"..."
"저보다 은아씨가 마음에 들었다면 딱히 붙잡을 생각은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 사람은 좋은 여성이니까."
"아. 은아씨랑 아직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어라. 아무리 봐도 그런 관계던데?"
"에... 그러니까. 그건 일단 가현씨와의 관계를 마무리한 후에 해야할 일이니까요."
"호. 일단 제대로 상식은 박힌 사람이었군요. 안심이에요."

가현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일자로 다물었다. 가방을 든 채로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상대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묵묵히 받아내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현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전,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어요."
"좋아요. 괜찮다면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그건... 그건, 제가─."

남자는 잠시 말을 끊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눈을 꽉 감으면서 높은 목소리를 토해낸다.

"매저키스트이기 때문입니다!!"

"......................................하?"

매저키스트, 혹은 마조히스트. 본토발음 masochist.
사전적으로는 피가학적 변태라 일컬어지며, 상대에게 가학당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총칭. (이하 네이버 오픈사전 발췌)

가현은 입술을 끌어당겨 하늘에 걸린 새하얀 초승달처럼 차게 웃었다.

"호오, 그렇다면."

콰직!

"처음부터 패달라고 말했으면 될거 아니야!!!!!!!!!!"
"으악!!!! 악!!! 아아 좀 더 밟아주세...악!! 아니! 틀려!! 가현씨, 사람들이 옵니다!!! 으아아악!!!"

안축을 걷어차여 쓰러진 뒤 힐굽으로 신명나게 찍히면서 남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하고 있는 듯한 것이 더더욱 참을 수 없다. 아, 좋아. 오늘 제대로 사람 하나 죽여보겠구나. 가현은 자신의 가방 안에 손을 뻗어 예의 물건을 찾았다.

"...없어."

........................최새인 그 인간이! 이 중요한 순간에 초를 치다니. 내일 회사에서 보자!!!

"가현씨에게 고백을 했던 것도, 그런 가학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말해봤자 코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힐굽에 밟히고 있는 그 자세로는 전혀 멋있지 않고, 애초에 대사부터가 글러먹었다. 어이가 없어 오히려 머리가 급속도로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가현은 남자의 복부에 박아넣었던 발을 빼내며 물러났다. 왠지 모르게 아쉬운 표정을 짓는 건 착각이라고 믿고싶다.

"그럼 오히려 그 쪽으로서는 문제가 없는 거 아니에요?"
"모르시는군요, 가현씨. 매저키즘의 기본은 사랑입니다."

알까보냐, 그런 것.

"애정이 없는 학대는 단순한 폭력이지요. 애초에 가현씨는 물리적인 폭행보다는 심리적인 괴롭힘을 더 즐기기도 하고요. 전 말보다는 주먹으로 맞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 고맙구만.

"처음부터 가현씨의 마음은 완전히 저에게 돌아섰던 적이 없었지요."
"하아..."
"늘 어디에 있는 것일까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6개월 전. 이번 해 신입 사원이 선발되었을 무렵이네요."
"..."
"줄곧 당신이 보고 있던 것은 그 사람이었군요."
"...새인 선배라고 말하고 싶은 거에요?"

가현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그야 새인 선배와 친하긴 하지요. 하지만 그게 연애 감정이라고 말하시는 것도 곤란해요. 제가 그 여자 옆에 있는 것은..."

거기까지 말한 가현의 말이 애매하게 흐려졌다. 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있는 것은?"
"..."

처음에는 분명 목적이 있었다.

그 날의 새인은 정말로 친한 친구가 미국으로 간다는 통보를 받고 심란한 김에 근처로 밤마실을 나온 것이라 말했다. 선배한테도 친한 사람이라는 게 있었어요? 누구한테도 별 관심없는 척 하더니. 가현이 반농담으로 말하자 새인은 샐쭉해진 표정으로 툭 내뱉었던 것이다.

나도 사람이니까 특별히 신경 쓰는 사람 정도는 있다고.

이 수평선같은 여자를 흔들리는 모습에 가현은 소름이 돋았다. 잔물결이 일어나는 그런 모습을 좀 더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별 것도 아닌 이유였지만 당시 가현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흥미깊은 일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사람의 곁에서 줄곧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볼 날이 오겠지.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옆에서 함께하고 있노라면 그저 곁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무슨 말에도 동요하는 기색 없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그러다가도 가끔은 안 그런 척 새침한 얼굴로 화를 내기도 하고, 때때로는 어이없다는 듯 실쭉 웃어주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이란 정말로 쉽게 변해버리는 것 같다.

"..."

아니. 변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날 그 곳에서, 가현은 이미 새인에게 반해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변한 것은 없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짚히는 구석이 있나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가현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네요."
"곧 좋은 소식 있길 바래도 될까요?"
"무리에요. 전 그런 승산없는 도박은 하지 않는 주의니까."
"어라. 두 분은 꽤 어울린다고 보는데."
"부추겨봐야 소용없어요. 저는 이대로도 충분하고. 애초에 당신도 늘 들었잖아요? 그녀가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아아, 그거."

남자와 가현은 동시에 입을 맞추어 말한다.

" "싫어하진 않는다." "

그것 봐. 가현은 피식 웃으면서 분수의 돌난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렇게 요지부동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 인생을 허비할 순 없죠."
"글쎄... 어쩌면 그녀도 당신처럼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일지도 몰라요."
"아─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여기까지 와서 새인 선배 이야기는 너무하잖아?"

가현의 말에 남자는 순순히 말을 멈춘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 하지만 지금 이런 마음 상태는 물론 몸 상태로는 다시 회장으로 들어가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남자는 바닥에 누워서. 가현은 난간에 앉아서. 두 사람은 그런 기묘한 구도로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새인씨는 오늘 먼저 퇴근하셨나요?"
"또 그 이야기. 오늘은 야근이래요."
"아아. 야근인가요."
"...네."
"..."
"..."

오싹.
어색한 침묵에서 무언가 참을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은아씨는 새인씨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더군요."
"아아. 그래보였죠."
"은아씨는 정말 완벽한 여성이죠."
"어머, 나보다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녀가 행사하는 물리력은 가히 폭발적이에요."
"...그러니까 나보다는.... 뭐?"

남자는 꿈을 꾸듯 황홀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제가 만나 본 이래 최고의 새디스트죠."
".............................................."

그리고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다.

"은아씨도 오늘 야근한다더군요."
"빨리말해!!!!!!!!!!!!!!!"

퍼억!!!
가현은 있는 힘껏 쓰러져 있는 남자를 걷어찬 후, 힐도 벗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

정신을 차리고보면, 어느새 부서 내에는 새인 혼자가 남아있었다. 같은 야근 동지가 몇몇 더 남아있었지만 못견디고 퇴근해버리거나 바람을 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으으─."

새인은 앉은 자리에서 길게 기지개를 피면서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일감들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현이라면 이 많은 양이라도 분명 제시간에 처리해버리고 퇴근하러 가자고 옆구리를 찔러댔겠지. 좋겠구나, 유능한 인간은. 아, 일하기 싫어. 머리 속으로 그런 말을 웅얼웅얼 내뱉고 있노라면, 어느새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와 톡톡 책상을 노크한다.

"집중하고 있습니다."

평소 가현이 자주 서 있던 위치였기 때문에 새인은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어라. 오늘 가현이는 일찍 퇴근했잖아? 새인이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는 또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은아씨? 어쩐 일로?"
"저도 오늘 야근이에요.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운명적이네요."

거기서는 보통 '우연이네요'라고 말하지 않던가? 새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의 형광등이 나가버려 스탠드만을 켜고 있었기 때문에 새인의 자리만 유독 어두컴컴했다. 그런 조명 효과에다가 서 있는 위치도 가현이 새인에게 말을 걸때 항상 서 있는 자리. 평소에 아무리 사람 좋아보이는 은아라도 이런저런 효과가 보여 왠지 모르게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다. 무섭다. 이것이 가현 효과.

"이대리님은 먼저 가신 모양이죠?"
"아아. 네.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평소라면 새인의 야근에도 함께 어울려주는 그녀였지만 그 정도의 자리가 되면 예정에도 없던 야근 핑계로 빠지기도 곤란하다.

"오늘 파수꾼은 없는 거네요. 마침 잘 됐어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참을 수 없이 불길한 예감이 든다.

"...네에..."

새인은 천천히 의자를 뒤로 빼면서 바싹 긴장한 얼굴로 생긋생긋 웃고 있는 은아를 쳐다보았다. 은아는 천천히 자신과 새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책상을 돌아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저. 줄곧 새인씨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입사 초기 때부터 쭉..."
아, 하하... 그래요?"
"새인씨.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뭐... 싫어하진 않는데요..."

올 것이 왔구나! 하지만 뭐지. 이 평범한 고백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보이는 저 눈은. 솔직히 말하자면 가현보다도 훨씬 무섭다. 가현은 그래도 항상 이성이라는 것을 지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전, 새인씨가 우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하아???????!!!?"

단순히 맛이 간 육식동물에 불과하잖아!!

"우왓! 잠깐, 스톱! 은아씨, 더이상 다가오는 건 위험해요! 내가!!"
"괴롭히고, 짓밟고, 걷어차서, 그 언제나 여유있는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콰득. 새인이 앉아 있는 의자를 짚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멈춘다. 쪼그만 주제에 어째 악력이 이렇게 센거야?! 새인의 소리 없는 절규가 들리는지 아닌지 은아는 혼자서 멋대로 텐션을 점점 높여가고 있었다.

"아아. 좋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표정!"
"아니. 당황하고 있어요.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제 손으로 직접, 밟아서, 무너트릴 생각만 해도..."

농담이지? 은아는 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반쯤 그녀의 다리 위에 올라탄 채, 천천히 새인의 목에 손을 가져가대었다. 새인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책상 셋째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부웅! 거리를 잴 것도 없이 힘차게 휘둘렀다.

"위험하잖아요. 그런 물건을 함부로 휘두르다니."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말해도 소용없거든? 새인은 턱까지 달아오른 호흡을 다스리면서 망치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꾸욱 주었다. 혹시나 오늘 그 남자를 만나서 휘두를까봐 가현의 가방에서 몰래 빼놓았던 물건이다. 그 괴상한 취미가 이번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런 불손한 물건은 치우고, 좀 더 즐거운 일을 해요."
"...취미가 맞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저는 그런 취미 없거든요."

혼신을 다해 쏘아붙인 새인의 말에 은아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하지만 이대리님과 그렇게 잘 지내시잖아요."
"대리님은 S가 아니에요."

그냥, 그 뭐냐... 싸이코 패스?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찾아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새인의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가 물어오는 말은 점점 점입가경이다.

"대리님은 되고, 저는 안 되는 건가요?"

둘 다 안되거든요. 이런 건.

"대리님과 제가 뭐가 다른가요?"

다르지. 여러모로 다르지. 그 사람은 적어도 패진 않아.

"대리님이 싫으신 건 아니지요?"
"그런데요?"
"저도 싫은 건 아니잖아요?"

방금 싫어졌거든. 아니, 그것보다 그건 같은 의미로 말한 게 아니야.

"...어?"

말이 같은데도 같은 의미가 아니라니. 새인은 자신의 말에 모순을 느끼고 은아에게 쏘아붙이려는 말을 멈추었다. 새인이 얼이 나간 얼굴로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기자, 은아도 멀끔히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냐... 달라요. 그런 게 아니라."

그녀가 가현에게 느끼는 건, 다른 주변 사람들과는 확실하게 무엇인가 달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빈틈없는 용모와 꾸며진 모습에는 아무런 흥이 일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텔레비전을 켜거나 패션 잡지만 뒤져보아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곳에 다들 열광해야하는지. 새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당장에라도 날아오를 듯한 표정으로,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어느새인가 같이 웃어버리고 있었다.

새인의 일생에 있어서 단 한 번 무언가에 온 정신을 빼앗긴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그 날의 가면을 벗어던진 그녀의 모습이리라.

"은아씨는 싫어하지 않아요. 네, 싫어하지 않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그 날부터, 그녀는 변하고 있었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 아닌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즐겁다'는 것이 아니다.
'불행하지 않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가현이는 좋아하는 거에요."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와 '좋아한다'는─ 이렇게도 다른 의미였다.

"...그런..."

그리고 새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더니 얼이 빠져있는 은아의 허리에 번개같이 화려한 플라잉 니킥을 찔러넣었다.

"컥...!"

우당탕탕!!

"잘 들었지? 넌 안돼."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저 쪽 책상 너머로 나뒹구는 은아와 함께, 깜짝 놀라 균형을 잃은 새인도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아야!! 아이고..."
"역시 선배네요. 제 호신용품을 멋대로 빼돌린 거."

가현은 방금 직장 동료를 냅다 집어던진 사람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태도로 말했다. 입고 있는 것은 짙은 붉은 빛의 드레스였다. 저런 옷을 입고 사람을 저렇게 내동댕이 칠 수 있는 것도 재주다.

"...어떻게 왔어요? 모임은?"
"얼굴도 보이고 왔고 그 남자도 차고 왔으니 그건 됐어요. 망할. 이런 틈을 노리다니. 다시는 혼자 두나봐라. 나보다 먼저 선배를 울리려 들어? 배짱도 좋구나."

미동도 하지 않은 은아의 사체(직전)에 맹렬하게 쏘아붙이는 말에 '그것도 아니거든'하고 태클을 걸기도 영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아, 새인은 그냥 뻘쭘하게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할 말을 다 끝낸 듯 가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새인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선배."
"...네?!"

가현은 자신의 백을 열고 뒤적이더니 길쭉한 펜을 하나 꺼내었다. 얼마 전 통신판매로 산 보이스레코더였다. 그녀는 그것의 버튼을 누르고 새인을 향해 내밀었다.

"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어요. 경황이 없어 증언 녹음을 못해버려서."
"...어? 무슨?"
"뭐긴? 제가 쳐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한 말."
"....아?... 아........"
"자. 어서."
"그........."
"................."
"아......................"
"................................."
".........................................................."

크흠.
가현은 어색한 헛기침으로 길게 이어지는 침묵을 깨트렸다. 그리고 그녀답지 않게 쭈뼛거리는 태도로 조심스럽게 새인에게 말한다.

"저기, 선배... 그렇게까지 부끄러워 하면 보는 이쪽도 왠지 민망해지잖─"
"우왓!!! 아냐, 틀려!!! 뭐??? 에???"
"아아. 됐어요. 취조는 돌아가서 계속하죠. 사람들 오기 전에 일단 튀어야겠어요."
"튀고 뭐고 나 야근..."
"내일 그냥 혼나고 말아."
"네가 그러고도 상사야?!"

새인은 빽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제야 발목에 시큰시큰한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통증도 이내 사라져버린다. 얼굴이 너무 화끈거리는 통에 느껴지는 아픔에 온 정신이 집중되어 도저히 그런 사소한 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상사입니다."
"...그랬죠. 애석하게도."

가현이 내민 손을 잡고 새인은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지금 시간에 집에 돌아가는 차는 분명 중간에 끊겨버린다. 그렇다면 오늘도 목적지는 가현의 집이다. 할 수 없지. 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석할 게 뭐가 있나요. 제 어디가 그렇게 불만이죠?"
"그런 점."
"...선배는 말이죠. 이제 보니 깨닫는게 느리다기보단, 그냥 사실을 인정하는 게 부끄러운 것 뿐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윽........"









몸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새인은 잠에서 깨어났다.

"....."
".........."

새인의 몸 위에는 가현이 곱게 타고올라, 가지런히 손을 모아 이제 막 그녀의 코와 입을 막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늘은 회사 쉬는 날이야."
"그렇다한들 제가 이렇게 깼는데 선배 혼자 편하게 자고 있는 건 못 봐요?"
"나가면 돼. 그대로 나가서 문 밖으로 나가면 돼. 그러면 더이상 자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실로 간단."
"벌써부터 늙은 티 내지 말고 일어나주세요. 이 좋은 아침을 왜 잠으로 허비하나요?"
"좀 자자... 이 언니는 피곤하단다..."
"아직 덜 깨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뿐이에요. 이제 곧 그런 생각은 싹 날아갈걸요."

가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새인의 얼굴을 덮기 위해 손을 뻗었다. 누구 멋대로! 새인은 기운도 좋게 내리눌러오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들부들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말을 쥐어짰다.

"나에겐...! 좀 더... 평화적인, 알람이... 필요햇...!"
"어라, 그래요?"

할 수 없지. 가현은 새인에게 잡혀 있는 팔을 아래로 누르는 것을 그만두고 양 옆으로 벌린다. 새인의 팔도 순순히 그에 딸려간다. 살랑, 촉감좋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질끈. 그대로 가까워져 오는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읍...!"

숨이 막히는 건 이래서나 저래서나 똑같잖아.막혀있는 입으로는 그런 불평도 하지 못하고, 어느새 닿아있는 부드러운 감촉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 답장 보내야지...'

새인은 멍해져가는 머리로 멀리서 보내온 친구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언제나 우편에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렇구나. 이번에는 사진을 같이 넣어서 보내볼까. 답장으로 쓸 문구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요. 행복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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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썼당!!
나중에 대학시절 이야기도 한 번 써봤으면 좋겠네요.
자꾸 글의 병맛도가 떨어져서 이것저것 커트시켜버렸더니ㅠㅠ


아무나 심심하면 또 시츄주세요. 설정말로 시츄로 부탁드림다(...)

by 치즐 | 2009/03/02 02:38 | └ original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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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그 at 2009/03/02 13:56
헐 이선코는내꺼야
Commented by 치즐 at 2009/03/03 23:25
이런 한적한 곳에서 순위권 놀이를 하다니, 게 누군고(..)
Commented by 이님 at 2009/03/02 20:27
와 치즐님 천재야!!!!!!!!!!!!!!!!!!!!!!!!!! 어케 이렇게 감동으로 쓰실수있는거죠?!?!!? 저 탭댄스 추다가 왔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좀 짱인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엔 가현이때매 우는 새인이 보고싶네요?!?!(.......)ㅋㅋㅋㅋ
Commented by 이님 at 2009/03/02 20:27
아이조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읽어도 치즐님이 최고야 멋져 일등신랑감/ㄷㄷ/ㄷㄷ/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래서 평생 치즐님 스토킹 포기하지 못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하면 치즐님처럼 될수있는거죠?>!!?!?!?!?/시올?!?!?!
Commented by 치즐 at 2009/03/03 23:26
졸업하고 1년 백수하면 되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현이 때매 우는 새인이 저도 보고싶거든요!!!! 이님이 좀 써보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써봤자 난 못 즐기잖아/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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