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9일
[동방] PRIZMA 00
프리즈마
http://chizru.egloos.com
by. chizru
0. 연(緣)
주홍빛으로 설풋 익은 하늘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무지개가 드리워졌다.
"레이무. 무지개야."
레이무는 대답이 없었다.
"?"
유카리는 고개를 돌려 툇마루에 길게 누워있는 홍백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한낮부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유카리의 일방적인 무녀 수련에 지금까지 어울려 준 그녀는 마루바닥에 쓰러진 채로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유카리는 조금 놀란 눈을 하고서 그런 그녀를 유심히 내려다 보았다.
"레이무. 죽었니?"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드러난 어깨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카리는 안심한 듯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향했다.
"무지개는 빛이 궤도를 틀면서 만들어진 궤적이라는 것 알고 있어?"
"..."
"레이무."
"..."
"대답하지 않으면 내일도 놀러 올 거야."
"......오지마."
"물론 대답해도 올 거지만."
"내일은 외출하겠어."
"곤란한 아이네. 무녀가 신사를 비우다니."
유카리는 치마자락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레이무의 머리맡에 가벼운 동작으로 내려앉았다. 장갑을 낀 손으로 레이무의 머리에 묶인 붉은 리본의 끝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긴다. 살랑살랑, 당기는 리듬에 맞추어 흑빛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흩어져 있는 빛의 환상은 붉게(赤) 시작해서 자(紫)색으로 끝나지."
"당기지마."
"그 사이의 색들은 결국 적(赤)에서 자(紫)로 가기까지의 과정이야."
"아파."
"무지개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경계조건."
"..."
"하나를 이루기 위해 가장 멀리 떨어진 사이."
유카리의 말이 거기에서 끝이 났다. 한참이 지나도 더이상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레이무는 엎어져 있는 몸을 반바퀴 돌렸다. 풀썩. 가볍게 몸을 뒤집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머리 맡에 앉아 있는 유카리를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멋대로 주절거리는 것은 언제나의 일이다. 하지만 평소라면 이 정도에서 끝을 낼 요괴가 아닐텐데. 유카리는 레이무의 시선에도 응하지 않고 여전히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에 이끌려 레이무의 시선도 하늘에 닿는다.
"유카리."
"네?"
"뭔가 또 꾸미고 있어?"
"..."
유카리는 대답없이 레이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렬한 황금의 눈동자. 하지만 눈과 눈이 닿아도 마주보고 있다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레이무는 가만히 그 금빛을 응시하면서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어머, 실례야."
그런 거짓말임이 뻔한 대답과 함께 꽃눈처럼 소리없이 터지는 실없는 미소. 그렇지. 이것이 그녀가 알고 있는 능구렁이 요괴. 그제서야 레이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안심했다고? 레이무는 그제서야 자신이 초조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래.
최근의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레이무? 자는 거야?"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기분 나쁠 정도로 상냥해서 레이무는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
그것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기에 튀어나오는 반동이다.
다시 말하면 유카리는 지금 억지로 기분을 꾸며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사가 불편한 것이다.
"자는거야."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저 야쿠모 유카리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요소는 기껏해야 한두개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레이무."
"..."
"좀 더 자기의 일에 충실히 하렴."
"하─."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것.
"환상향을 위해서."
그런 거겠지.
"틀릴 건 없는 말이지만, 당신한테 들으니 기분이 영 미묘하네."
"어른의 말씀은 잘 새겨듣는 거란다."
토닥토닥. 리본 너머로 다독이는 그 손길에 그냥 가만히 머리를 내맡겼다. 적당히 질릴 즈음에는 알아서 그만두고 돌아가겠지. 어지간하지 않으면 그녀가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는 것을 레이무는 잘 알고 있었다. 거스르려고 해봐도 결국엔 유카리가 원하는대로 되기 마련이다. 아무려면 어때. 야쿠모 유카리는 빈 말이라도 성격이 좋다거나 본성이 착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환상향에 있어서는 해가 될만한 일은 하지 않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녀는 환상향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러니까 오늘처럼 유카리가 제멋대로 수련을 요구해와도 레이무는 잠자코 응해준다.
둘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일방적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카리는 환상향을 위해 항시 하쿠레이의 무녀를 필요로 한다. 레이무는 이 결계의 요괴의 뜻대로 이용당하면 환상향을 지켜낼 수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요괴는 요구하고 무녀는 받아들인다. 그렇게 환상향은 유지된다.
결국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에도 그 내면은 이렇게나 다르다.
"..."
레이무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유카리는 자취를 감춘 후였다.
"...멀구나."
어느새 해가 지고 새까맣게 밤이 내려와 있었다. 레이무는 유카리가 줄곧 쳐다보고 있던 그 곳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만들어진 틈새를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 당연한 거지만."
그 사이로 비치는 것은 흩어진 별빛 뿐.
─어디에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09.02.11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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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SS입니다. 그것도 연작입니다.
오랫만에 글을 쓰려니 턱턱 막히네요... 누가 내 머리 속에 국어대사전을 넣어주세요.
고냥님한테 약조드린 10부작인데, 사실 그간 이런저런 생각해놨던 소재 더미를 적당히 이어붙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정도 사정이니 느긋하게 갈 예정입니다... 느긋하게 기다려 주세요... 올해 안에 완결 못해도 제 탓은 아님. 정부 탓.
위에서 말했듯이 10부작인데... 사실 0부+1~10부라 정확히는 11부 예정. 부제의 짝을 맞추다보니 괜히 편수가 늘었네요. 제가 원래 쓸데없는 데에 집착하거든요... 걍 그러려니 하십
제목은 프리즈마. 근데 웹에서 사전을 뒤져보면 안나오는 단어입니다. 프리즈마 색연필만 나오고... 프리즘의 사촌언니 같은 느낌으로 썼고요... 없는 단어 같진 않은데... 그냥 프리즘으로 해도 될텐데 글씨 모양이 너무 안 예뻐서...난 굳이 의미도 잘 모르는 프리즈마를 쓰고 싶었지. 제가 원래 쓸데없는 데에 집착하거든요... 걍 그러려니 하십(2)
시기는 대강 비상천 끝난 즈음으로 생각 중이고, 사실 지령전 이후가 좋은데 지령전 아직 안나왔으니.
사실 제가 지금 지령전 유카리에게 매우매우매우 반해있는 상태거든요. 성질 나 죽겠는데 무녀라는 애는 위기의식도 없지 말도 짧아지고 농담도 잘 안하고, 근데 레이무한테 오냐오냐하면서 에효...어린 니가 뭘 알겠니... 걍 눈감고귀막고 언니 시키는대로만 해 쓰담 하는 게 너 무 좋;미;ㅓㅣ마얼;ㅣㅏㅓㅁㄴ이;ㅀㅇ;밷 그런 유카리가 너무 좋은 거에요!!!!!!!!!!!!!!!! 길 막는 자코들 귀찮다고 아 시뱅 좀 비켜줄래? 하고 스키마로 레이무만 감싸고 전체화면 밀어버리는 미친 폭탄에 난 그저 울고있지!!!!!!!!!!!!!!!!!!!!!!!!!!!!!!!!!!!!
물론 레이무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레이무 사랑한다!!!!!!!!!!!!!!!!!!!!!!!!!!! 듣고있니?!!!!!!!!!!!!!!!!!!!!!!!! (...)
본문보다 후기 더 길어지겠다. 대충 쓸 말은 다 쓴 것 같네요. 레이무 50 유카리 40 마리사 5 앨리스 2 기타 3 이런 느낌의 소설이 될 듯☆
# by | 2008/07/09 13:51 | └ fan fiction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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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레이무 좋죠/네 어휴 귀엽다 어휴 예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