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02일
[동방] 사랑을 파는 하쿠레이 신사로 오세요 2
막장이란 이리도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몰래 훔쳐보았던 그 공주님의 미소가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
처음으로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씩 정신이 깨이면서 구역질나는 감각이 전신을 엄습해 온다.
더욱 더 싫은 것은, 그 감각의 시작도 끝도 모르는 채로 그 한가운데에 깊게 빠져있다는 점이겠지.
이를 악물고 눈을 감는다.
아직 완전히 재생되지 않았기에 눈물을 흘릴수도, 소리를 지를수도, 발버둥칠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혼에서부터의 소리없는 절규.
카구야를 죽인다.
정신을 잃지 않고 그 불쾌감의 덩어리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카구야 때문.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원통해해야 하는 것인가.
알지도 못한 채, 단 한명의 목을 조르기 위해 전심을 쏟는다.
-안돼.
그리고 늘 그렇듯이.
상냥한 목소리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침착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손을 붙잡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은한 초록 빛이 감도는 깨끗한 머리카락이 나와 같은 빛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냥하게 달빛을 껴안고 있었다.
용서하라고 그녀는 말한다.
싸우지 말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두손에 피를 묻혀서는 안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째서 그래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의 그 난감한 표정이 싫은데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고개 한 번 거짓으로 끄덕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케이네는 다시금 미소 지으면서 손을 뻗어 주었기에.
“어머, 깼니?”
용서받지 못한 이 손으로 또다시 그 가느다란 몸을 힘껏 껴안아 버리고 마는-
“와앗?!”
“으응...?”
손 끝에 닿는 약간 옷감의 느낌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모코우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어라, 꿈이 아니다. 진짜로 누군가를 껴안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등에 돌린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한참을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탄력있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색의 실낱들이 시야를 가로지르고, 그 틈새에 보이는 붉고 하얀 색의 조합. 케이네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케이네라고 하기에는 좀 더 훤칠하고 탄력있는 느낌.
멍하니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거워...”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 찰싹 달라붙어 있던 몸을 뒤로 당겼다. 좁아지는 시야에 들어오는 한 명의 인간.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 이 녀석은-
“레이무 위험해!!”
휘익-! 옆에서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레이무의 허리에 손을 돌린 그 자세 그대로, 모코우는 의아한 눈을 하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무언가 짐승 한 마리가 저돌적인 자세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어엉? 뭔데 저거? 하고 앞에 있는 무녀에게 묻기도 전에, 그 무녀의 몸이 모코우에게 다시 이끌리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어엉?”
“이 악물어.”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순간, 레이무의 팔이 모코우의 허리를 감아 단숨에 조였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넘어지면서 현란하게 다이빙. 바닥을 유연하게 구르면서 유연한 낙법까지.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있던 공간에 야수의 공격이 가해졌다. 바닥이 움푹 패인 자리 위에 도사리고 있는 금발의 요괴는- 그래, 분명 그 때 찐빵을 두려워하던 그 녀석이다. 저 자리에 그대로 못박혀 있다가는 대체 무슨 꼴이 되었을까 생각하는 순간 전신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의 기세로 유카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무를 놓아줘!”
“아니. 내가 붙들고 있는데.”
모코우를 짓누르고 있는 채로 레이무는 고개만 빼끔 돌리면서 유카리의 말에 대답했다. 다시 레이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힌 모코우는 그 아래에서 버둥거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근력이 좋아? 뼈가 으스러질 기세로 조여있는 팔이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째서 내가 아니라 그런 여자를 선택한 건데?”
“유카리. 이건 네가 들이자고 한 거잖아.”
어쨌든 사람을 ‘이거’라고 칭하는 건 그만해 두었으면 한다.
“그렇게까지 그걸 사랑스럽다는 듯이 껴안고 있을 필요는 없었잖아!”
...‘그걸’이라고 칭하는 것도 역시 그만해 두었으면 한다.
“유카리 요새 시력이 안 좋아졌니? 그냥 치료하고 있었던 거잖아. 누가 뭘 껴안아?”
아니... 확실히 제가 잠결에 껴안은 거 같기도 한데.
“어차피 가만 둬도 낫는 사람을 붕대로 감싸고 있는 게 더 수상해.”
레이무가 유카리랑 말다툼을 시작하면서 팔을 푼 틈을 타서 모코우는 자신의 몸을 확인해보았다. 과연, 여기저기 꼼꼼하게 붕대가 둘러져있다. 확실히 그건 이상하네. 언젠가 둘이 작당을 하고 신이 나서 쳐들어와서 두들겨댔으니까 모코우의 불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당연한 거야.”
홍백의 무녀는 깨끗한 미소를 던지면서 돌아섰다. 저 무녀가 저렇게 한여름의 신록마냥 상쾌하게 웃는 경우는 보통 하나.
“우리 신사의 귀중한 돈줄이 될 테니까.”
―세전 뿐이다.
“...헤?”
이 여자들,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모코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
뭔가 있다. 뭔가 이 녀석들이 작당을 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다. 모코우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레이무를 쳐다보았다. 소매에서 이상한 모양의 종이묶음을 뒤적이고 있었다. 뭐지, 저건? 책인가? 하지만 케이네의 학교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책과는 뭔가 모양이 틀렸다. 어디선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끝없이 불길하다...
“과연. 그럴 마음이 들었구나. 레이무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믿었어.”
이번에는 유카리 쪽. 언제나 그렇듯이 의뭉스러운 웃음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 심중은 판독불가.
“당신 마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아앙. 좀 더 말해줘.”
“하지만 어떤 헛소리라도 상관없어. 그것이 돈이 된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그러니까 무엇을?
“어이...대체 무슨...”
“이것.”
레이무가 들이민 책의 제목은 멋을 부린 서체로 구불구불하게 씌여져 있는 글씨여서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코우는 글자에 시선을 모으면서 눈을 찌푸렸다. 그렇게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 읽어가는 동안, 철컹-하고 손목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감겼다.
“...어? 어어? 어이?! 이게 뭐야!”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모코우가 자신의 손목에 꽉 감겨버린 수갑을 덜그럭거리면서 풀어내려고 낑낑거리는 동안 마이페이스 인간 하나와 마이페이스 요괴 하나는 계속하여 통통 빠르게 말을 주고받는다.
“이걸로 당분간 달아날 걱정은 없겠네.”
“응응. 아주 좋아요. 이제 이 전단지를 받고.”
“...으응?”
“하늘로 올라가서 팍-하고 터트리면 되는 거야.”
“...환경오염이잖아. 그거.”
“나중에 다 회수할테니까. 란이.”
“아, 귀찮네... 확실히 세전이 늘어나지 않으면 목구멍 안에 몽상천생이야.”
“네. 네. 믿고 맡겨줘.”
생글생글 웃으면서 흔들흔들 신사에서 나가는 레이무의 뒤에 대고 손을 흔드는 유카리를 향해, 모코우는 참다 못해 소리쳤다.
“야! 대체 이게 뭔데? 빨리 안 풀어?”
“아. 그거. 장난감 수갑에 살짝 장난을 쳐 놔서. 어지간하면 못 풀지 않을까?”
“어째서 의문형이야?! 네가 만든 거겠지?”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
“내가 안 괜찮다고! 큭. 이 자식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모코우의 말에 유카리의 황금빛 눈동자의 윤기가 돌았다. 비스듬히 올라간 입꼬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기분좋게 실룩이고 있었다. 콧노래와 함께 유카리의 목소리가 리듬을 타고 흘러나왔다.
“건실하고 성실한 청년들이 필요해. 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얼굴이겠지만. 당신 정도면 합격이야. 기대하고 있을게. 나의 가게 넘버 원씨.”
“하아...? 가게? 무슨?”
잠시 정적.
모코우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유카리를 황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수갑을 풀기 위해 덜그럭거리면서. 물론 풀리지 않는다.
“환상향 최초의 호스트바.”
...헐.
부채를 하늘을 향해 올리면서 극적인 어조로 말하는 유카리지만, ‘호스트바’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모코우는 그저 ‘무슨소리를하고있는거야이변태는’ 하는 눈으로 그녀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아울러 레이무는 이미 인력 증원을 위한 사냥에 나섰기 때문에 ‘어째서 내가 아니라 당신 가게인데? 신사가 우습지?’ 라는 태클은 들어오지 않았다.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날 이용해 먹겠다는 것 정도는 알아듣겠어.”
“어라. 똑똑하네. 레이무랑은 다른걸. 그 아이는 일주일 밤낮을 설득해서야 간신히 뜻이 통했는데. 응응. 주로 밤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거든.
“어쨌든 사양한다.”
“...으응?”
“내가 왜 너희네의 그 알 수도 없는 이상한 놀이에 동참해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흥미도 없고 이유도 없으니까 절대 사절이야. 당장 이걸 풀어주지 그래?”
“...어머나... 이해를 못하는구나.”
모코우의 흐트러짐 없는 당당한 요구에 유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싹-하고, 부드러운 비단의 장갑 끝의 감촉에 소름이 돋는다.
“당신에게 거부권은 없어.”
어쩐지-
영원히 케이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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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난 해돋이가 싫어!!!!!!!!!!!!!!!!!!!!!!!!!!!!!!!!!!!!!!!!!!!!!!!!!!!!!!! 으하하하하ㅏ히히히히히각갘크ㅡ크크...
...제정신 아닐 때 쓰려고 꺼내서 첸치님한테 좀 미안하네요.... 근데 이 글은 왠지 정신줄을 살짝 느슨하게 잡고 써야 할 거 같아서요.....
근데 난 뭘 쓰고 싶었더라, 대체...
담장 너머로 몰래 훔쳐보았던 그 공주님의 미소가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
처음으로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을 파는 하쿠레이 신사로 오세요-
http://kizato.egloos.com
by. 상흔
by. 상흔
조금씩 정신이 깨이면서 구역질나는 감각이 전신을 엄습해 온다.
더욱 더 싫은 것은, 그 감각의 시작도 끝도 모르는 채로 그 한가운데에 깊게 빠져있다는 점이겠지.
이를 악물고 눈을 감는다.
아직 완전히 재생되지 않았기에 눈물을 흘릴수도, 소리를 지를수도, 발버둥칠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혼에서부터의 소리없는 절규.
카구야를 죽인다.
정신을 잃지 않고 그 불쾌감의 덩어리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카구야 때문.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원통해해야 하는 것인가.
알지도 못한 채, 단 한명의 목을 조르기 위해 전심을 쏟는다.
-안돼.
그리고 늘 그렇듯이.
상냥한 목소리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침착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손을 붙잡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은한 초록 빛이 감도는 깨끗한 머리카락이 나와 같은 빛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냥하게 달빛을 껴안고 있었다.
용서하라고 그녀는 말한다.
싸우지 말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두손에 피를 묻혀서는 안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째서 그래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의 그 난감한 표정이 싫은데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고개 한 번 거짓으로 끄덕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케이네는 다시금 미소 지으면서 손을 뻗어 주었기에.
“어머, 깼니?”
용서받지 못한 이 손으로 또다시 그 가느다란 몸을 힘껏 껴안아 버리고 마는-
“와앗?!”
“으응...?”
손 끝에 닿는 약간 옷감의 느낌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모코우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어라, 꿈이 아니다. 진짜로 누군가를 껴안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등에 돌린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한참을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탄력있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색의 실낱들이 시야를 가로지르고, 그 틈새에 보이는 붉고 하얀 색의 조합. 케이네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케이네라고 하기에는 좀 더 훤칠하고 탄력있는 느낌.
멍하니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거워...”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 찰싹 달라붙어 있던 몸을 뒤로 당겼다. 좁아지는 시야에 들어오는 한 명의 인간.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 이 녀석은-
“레이무 위험해!!”
휘익-! 옆에서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레이무의 허리에 손을 돌린 그 자세 그대로, 모코우는 의아한 눈을 하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무언가 짐승 한 마리가 저돌적인 자세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어엉? 뭔데 저거? 하고 앞에 있는 무녀에게 묻기도 전에, 그 무녀의 몸이 모코우에게 다시 이끌리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어엉?”
“이 악물어.”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순간, 레이무의 팔이 모코우의 허리를 감아 단숨에 조였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넘어지면서 현란하게 다이빙. 바닥을 유연하게 구르면서 유연한 낙법까지.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있던 공간에 야수의 공격이 가해졌다. 바닥이 움푹 패인 자리 위에 도사리고 있는 금발의 요괴는- 그래, 분명 그 때 찐빵을 두려워하던 그 녀석이다. 저 자리에 그대로 못박혀 있다가는 대체 무슨 꼴이 되었을까 생각하는 순간 전신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의 기세로 유카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무를 놓아줘!”
“아니. 내가 붙들고 있는데.”
모코우를 짓누르고 있는 채로 레이무는 고개만 빼끔 돌리면서 유카리의 말에 대답했다. 다시 레이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힌 모코우는 그 아래에서 버둥거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근력이 좋아? 뼈가 으스러질 기세로 조여있는 팔이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째서 내가 아니라 그런 여자를 선택한 건데?”
“유카리. 이건 네가 들이자고 한 거잖아.”
어쨌든 사람을 ‘이거’라고 칭하는 건 그만해 두었으면 한다.
“그렇게까지 그걸 사랑스럽다는 듯이 껴안고 있을 필요는 없었잖아!”
...‘그걸’이라고 칭하는 것도 역시 그만해 두었으면 한다.
“유카리 요새 시력이 안 좋아졌니? 그냥 치료하고 있었던 거잖아. 누가 뭘 껴안아?”
아니... 확실히 제가 잠결에 껴안은 거 같기도 한데.
“어차피 가만 둬도 낫는 사람을 붕대로 감싸고 있는 게 더 수상해.”
레이무가 유카리랑 말다툼을 시작하면서 팔을 푼 틈을 타서 모코우는 자신의 몸을 확인해보았다. 과연, 여기저기 꼼꼼하게 붕대가 둘러져있다. 확실히 그건 이상하네. 언젠가 둘이 작당을 하고 신이 나서 쳐들어와서 두들겨댔으니까 모코우의 불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당연한 거야.”
홍백의 무녀는 깨끗한 미소를 던지면서 돌아섰다. 저 무녀가 저렇게 한여름의 신록마냥 상쾌하게 웃는 경우는 보통 하나.
“우리 신사의 귀중한 돈줄이 될 테니까.”
―세전 뿐이다.
“...헤?”
이 여자들,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모코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
뭔가 있다. 뭔가 이 녀석들이 작당을 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다. 모코우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레이무를 쳐다보았다. 소매에서 이상한 모양의 종이묶음을 뒤적이고 있었다. 뭐지, 저건? 책인가? 하지만 케이네의 학교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책과는 뭔가 모양이 틀렸다. 어디선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끝없이 불길하다...
“과연. 그럴 마음이 들었구나. 레이무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믿었어.”
이번에는 유카리 쪽. 언제나 그렇듯이 의뭉스러운 웃음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 심중은 판독불가.
“당신 마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아앙. 좀 더 말해줘.”
“하지만 어떤 헛소리라도 상관없어. 그것이 돈이 된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그러니까 무엇을?
“어이...대체 무슨...”
“이것.”
레이무가 들이민 책의 제목은 멋을 부린 서체로 구불구불하게 씌여져 있는 글씨여서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코우는 글자에 시선을 모으면서 눈을 찌푸렸다. 그렇게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 읽어가는 동안, 철컹-하고 손목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감겼다.
“...어? 어어? 어이?! 이게 뭐야!”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모코우가 자신의 손목에 꽉 감겨버린 수갑을 덜그럭거리면서 풀어내려고 낑낑거리는 동안 마이페이스 인간 하나와 마이페이스 요괴 하나는 계속하여 통통 빠르게 말을 주고받는다.
“이걸로 당분간 달아날 걱정은 없겠네.”
“응응. 아주 좋아요. 이제 이 전단지를 받고.”
“...으응?”
“하늘로 올라가서 팍-하고 터트리면 되는 거야.”
“...환경오염이잖아. 그거.”
“나중에 다 회수할테니까. 란이.”
“아, 귀찮네... 확실히 세전이 늘어나지 않으면 목구멍 안에 몽상천생이야.”
“네. 네. 믿고 맡겨줘.”
생글생글 웃으면서 흔들흔들 신사에서 나가는 레이무의 뒤에 대고 손을 흔드는 유카리를 향해, 모코우는 참다 못해 소리쳤다.
“야! 대체 이게 뭔데? 빨리 안 풀어?”
“아. 그거. 장난감 수갑에 살짝 장난을 쳐 놔서. 어지간하면 못 풀지 않을까?”
“어째서 의문형이야?! 네가 만든 거겠지?”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
“내가 안 괜찮다고! 큭. 이 자식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모코우의 말에 유카리의 황금빛 눈동자의 윤기가 돌았다. 비스듬히 올라간 입꼬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기분좋게 실룩이고 있었다. 콧노래와 함께 유카리의 목소리가 리듬을 타고 흘러나왔다.
“건실하고 성실한 청년들이 필요해. 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얼굴이겠지만. 당신 정도면 합격이야. 기대하고 있을게. 나의 가게 넘버 원씨.”
“하아...? 가게? 무슨?”
잠시 정적.
모코우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유카리를 황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수갑을 풀기 위해 덜그럭거리면서. 물론 풀리지 않는다.
“환상향 최초의 호스트바.”
...헐.
부채를 하늘을 향해 올리면서 극적인 어조로 말하는 유카리지만, ‘호스트바’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모코우는 그저 ‘무슨소리를하고있는거야이변태는’ 하는 눈으로 그녀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아울러 레이무는 이미 인력 증원을 위한 사냥에 나섰기 때문에 ‘어째서 내가 아니라 당신 가게인데? 신사가 우습지?’ 라는 태클은 들어오지 않았다.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날 이용해 먹겠다는 것 정도는 알아듣겠어.”
“어라. 똑똑하네. 레이무랑은 다른걸. 그 아이는 일주일 밤낮을 설득해서야 간신히 뜻이 통했는데. 응응. 주로 밤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거든.
“어쨌든 사양한다.”
“...으응?”
“내가 왜 너희네의 그 알 수도 없는 이상한 놀이에 동참해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흥미도 없고 이유도 없으니까 절대 사절이야. 당장 이걸 풀어주지 그래?”
“...어머나... 이해를 못하는구나.”
모코우의 흐트러짐 없는 당당한 요구에 유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싹-하고, 부드러운 비단의 장갑 끝의 감촉에 소름이 돋는다.
“당신에게 거부권은 없어.”
어쩐지-
영원히 케이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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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 아닐 때 쓰려고 꺼내서 첸치님한테 좀 미안하네요.... 근데 이 글은 왠지 정신줄을 살짝 느슨하게 잡고 써야 할 거 같아서요.....
근데 난 뭘 쓰고 싶었더라, 대체...
# by | 2008/01/02 02:41 | └ fan fiction | 트랙백 | 덧글(4)

:블로그
: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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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헉.........................오늘은 2008년이구나....그러쿠나.........
환상향고교 일진짱 유카리와 그런 유카리를 처음으로 때린 여자 레이무의 애정발랄끔찍 청춘스토리를 (언젠가)쓰겟습니다..........
.............뭐라고 더 할 말을 못 찾겠는게........
우와..........................[...]
어쩌다가 저런 커플에게 붙잡혀서.../냥미
어휴, 정말 모코우 정장 멋지겠다............/냥미/냥미
...그리고 환상향고교...... 완전......완전 기대된다........ 날 때린 여자는 당신이 처음일세...ㅇㅇㅇㅇ
文乞/ .......알아요... 애써 할 말을 찾지 않아도 괜찮아......
고냥이/ 제 안의 유카리는 너무 레이무 빠인 듯 ㅇㅇㅇ.... 제가 레이무 빠라 그래요. 정장 좋아해요. 인류 최고의 미학은 정장이 아닐까 생각함...